사전예방적 안전관리체계 수립 절실
사전예방적 안전관리체계 수립 절실
  • 승인 2014.09.17
  • 호수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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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군웅들이 할거하던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편찬된 병법서(兵法書)인 ‘손자병법’(孫子兵法)의 ‘모공편’(謀攻篇)에는 우리들 귀에 너무나 익숙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구절이 나온다.

흔히들 이 말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라고 하여 ‘백전불패’의 다소 호전적인 의미로 회자되기도 한다.

하지만 ‘위태로울 태(殆)’자를 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본래 ‘장수가 전쟁에 임함에 있어서는 적군의 전력과 아군의 전력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위험에 처할 일이 없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즉 군사, 무기, 지형, 기후, 군수품 등 모든 요소들이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전쟁을 일으키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후일을 기약하며 힘을 기르는 편이 차라리 현명하다는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이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이기는 법’을 설명하기 보다는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 처세술의 정수를 알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르침은 비단 전쟁뿐만 아니고, 재난·재해와 관련해서도 통용된다.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우리사회에서는 그동안 등한시되어 왔던 국가 재난 및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국가안전처(가칭)’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미 발생한 사고를 어떻게 수습하고 극복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국가재난,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되짚어 보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바꾸어 나가는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재난 및 안전관리의 개념을 지금처럼 ‘사후적 영역’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안전관리의 초점을 ‘예방적·사전적 영역’으로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 즉, 국가재난 안전관리의 핵심은 재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재해나 재난을 수습하고 대처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라는 의미다.

손자(孫子)는 전쟁을 일으켜 서로 피 흘린 후 거둔 승리는 그것이 설령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하더라도 하급(下級)으로 보았다.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승리, 상의 상책이라고 했다.(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결론적으로 손자가 생각한 최고의 병법은 적이 감히 싸움을 걸어 올 엄두조차 내지 못 할 만큼 미리 준비하고 대비함으로써 전쟁을 애초에 예방하는 것이었다.

‘세월호’ 사고가 우리에게 던진 진정한 화두 역시 ‘어떻게 하면 재난이라는 적(敵)이 감히 싸움을 걸어오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방비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이다.

빈틈없는 사고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노사민정 모두가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진정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은 이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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