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2부 탐욕의 성(性)
<1회>
“준식이! 영국의 ‘크리스틴 킬러’ 사건 알아?”
“예 언젠가 어느 책을 통해 보았는데 오래되어 자세한 기억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놀라운 사건이 우리 한국에도 있었다는 건 모르지?”
이렇게 시작되는 이른바 ‘정인숙 사건’을 이 소설의 주인공 장 숙경의 입을 통해 다시 세상의 수면위로 떠오른다. 역시 권력과 돈에 얽힌 그런 탐욕은 재앙을 부른다는 이야기다.

“1963년 영국에서 소련스파이로 넘나들며 섹스스캔들을 벌여 영국의 토리 총리정권을 붕괴시킨 고급 창녀 ‘크리스틴 킬러’ 말이야!! 몰라?”
숙경이 준식에게 다시 물었다.
“글쎄요 70년대 우리나라 정인숙이라는 여인이 마포나루에서 총 맞아 죽은 그 살인사건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만 영국의 그 사건은...”
아무튼 ‘정인숙 피살사건’은 70년대가 끝날 때까지 계속 미스터리로 파묻혀 있었다. 당시의 국민들 입에 수없이 오르내린 사건이며 특히 권력층 저명인사들이 깊이 관련된 사건이고 보니 그 내막은 자세히 밝혀지기 힘들었다.
특히 정인숙 그녀가 낳은 아들 정승일의 아버지가 당시 박 대통령이다, 정 국무총리다 하는 괴소문이 나돌면서 더욱더 사건은 깊이 깊이 숨겨지고 있었다. 단지 1977년 6월 당시 미국에 망명 중이었던 김형욱(전 중앙정보부장, 현 국정원장)의 미국 의회증언에서 잠깐 언급이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을 맞고 서거하여 공화당 정권이 막을 내리고 8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 사건은 다시 세상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대체로 80년대 중반 이후 여러 대중잡지를 중심으로 한 언론 매체들이 제3공화국 미스터리의 하나로 이 정인숙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다. 이들 정인숙 사건에 따른 기자들의 주요 초점은 크게 보아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정인숙 살해범이 과연 그녀의 오빠 정종욱이냐?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녀가 낳은 승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하는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정인숙의 요정 시절 및 사생활과 성장한 그녀 아들의 면모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편으론 「김형욱 회고록」이 국내에 출판되면서 정인숙 사건에 관해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사실들이 밝혀졌고, 정인숙의 첫 약혼자인 극작가 장(張) 모 씨가 입을 열었고 그의 회고록이 세상에 나왔다.
그 극작가 장 씨가 이 소설의 주인공 장 숙경의 집안 오빠였으므로 그녀는 다른 사람보다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사건 한참 후 「일간스포츠」에 「실록 정인숙」이란 제목으로 40회 가량 연재되었으며, 후에 단행본으로 엮어졌다고 숙경은 토로한다.
그러나 많은 기자들의 추적과 관계자의 회고에도 불구하고 정인숙 사건의 전모는 여전히 비밀스런 구석이 많았고,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 투성이였다. 그것은 당시 관계자들이 거의가 다 이미 저세상으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진실은 가려진 채 수많은 소문과 와전 속에서 기존에 드러난 사실조차도 어느 것이 사실인지 혼란스런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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