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실화소설 욕망(慾望)
장편실화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10.08
  • 호수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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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2부 탐욕의 성(性)

<3회>

약혼자 장 씨와의 동거 생활은 그만이 알 수 있는 극히 개인적인 일이라 가타부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허구적인 면이 있고, 어디까지나 그 자신만의 시각으로, 더구나 정인숙의 요정 생활과 죽음을 밑에 깔고 있었지 않았나 싶은 구석이 다분히 많다고들 한다.

하여튼 장씨와 정인숙은 ’64년 후반쯤에 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동거 시절 장씨의 소개로 S영화사에서 제작한 두 세 편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하였고, 몇 차례 패션 무대에 서기도 했다.

 


얼굴이 미모였던 정인숙이 비밀 요정에 출입하게 된 시초는 필동 비밀 요정의 김 마담(마담뚜)의 ‘낚시질’에 걸려 또는 한남동 비밀 요정을 경영하던 김 마담의 권유를 못 이기는 척 받아들여 ‘혜미’라는 가명으로 요정에 출입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는 요정에 들어서자마자 빼어난 미모와 타고난 화술로 쉽게 1급 호스티스로 자리를 굳히고, 정계, 재계의 실력자들과 만나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녀와 하룻밤 자고난 남성들은 그녀의 특이한 육체 맛(일명;긴자꾸)에 감탄을 한다는 소문이 일었고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처럼 그 소문은 삽시간에 서울장안의 건달들 귀에까지 전파되고 있었다.

1965년 초봄 인숙이 장씨와 헤어진 후 그의 가족은 전부 서울로 올라 왔다. 대구 집을 정리하였지만 서울에서는 집 장만할 돈이 안 되었다.

그때 인숙은 필동에 전셋집을 얻어, 어머니와 같이 살기를 원했다. 아버지는 공직(대구 부시장)에서 물러난 이후로 계속 안암동 셋째 아들 집에 머물고 있었다. 어머니도 그 딸과 살기를 바랐기 때문에 인숙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어차피 가세가 기운 상태에서 번듯한 집을 장만하여 옛날같이 다 같이 살 수는 없었다. 인숙은 자신이 요정에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딸과 필동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다른 아들집에 머물면서 자주 놀러 왔다. 사건 이후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별거 한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까닭은 간단하다. 지금 얘기한 집안 형편 때문에도 그렇고, 나중에 성일이 아버지(국무총리로 지칭)가 드나들면서 그가 장인과 마주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 아버지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필동에 살면서 처음에는 그녀가 요정 출입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밤늦게 들어오는 일도 없었고, 술 냄새가 입에서 난다든가 하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정도로만 생각했고, 저녁에 누구 언니네 놀러간다 그러면 가족들은 서울에서 사귄 언니 집에 단순히 놀러가는 줄만 알았고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갈수록 낌새가 수상해졌다. 어디서 돈이 생기는지 인숙의 옷차림과 씀씀이가 달라져 갔다. 기껏해야 어머니가 대구 시절 남편 모르게 혼자만 알게 모아 두었던 약간의 비자금으로 생활할 때였다.

하루는 인숙이가 저녁 10시쯤 집에 들어왔는데 입에서 약간 술 냄새가 났다. 자기 방에 들어가려는 인숙을 오빠 종욱이가 불러 세웠다.

“야! 니 술 먹었제? 아무래도 수상하다 싶었는데, 가시나가 매일 밤늦게까지 뭐하고 다니는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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