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실화소설 욕망(慾望)
장편실화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10.15
  • 호수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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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2부 탐욕의 성(性)

<4회>


“쉿! 오빠, 조용히 좀 해라. 엄마 듣는다.”

인숙은 자기 방으로 오빠를 끌고 갔다. 심각한 표정이었다.

“와? 니 이런 짓 하고 다니노? 니 언니네 간다 카고 사내놈들하고 어울리는 거 아이가? 도대체 그 언니 언니 카는 여자는 누고?”

종욱은 사랑하는 동생이었기에 은근히 부아가 났다. 또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나 싶었다.

“오빠. 이리 앉아 내 말 좀 찬찬히 들어 바라. 내 사실은 큰 식당에 아르바이트 나간다.”

“아르바이트? 니가 무슨 아르바이트고? 그기(그것이) 무슨 일이기에 밤에 나가 술까지 마시고 들어오는 기고?”

 


“응, 고급손님만 오는 음식점이야. 뭐 그 안에서 나쁜 짓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손님들 얘기 상대해 주고, 심부름하는 것 뿐이야. 내가 오빠 알다시피 영어를 좀 하잖아 그래서 기업인들이 외국손님 끌고 와서 돈을 물쓰듯 하는 식당이야 하루에 몇 시간 가서 일 하믄 되는 기다”

“말이 좋다. 그기 술 따르고 남자 상대하고 몸파는 기생 아이가? 니가 철이 없어 그렇지, 지금이 어떤 세상이고? 가시나가 그런 데에 나가 아르바이트 한다꼬 그기 단순히 아르바이트 하는 기가?”

오빠 종욱은 속으로 결국 동생이 기생질 노릇을 하는구나 생각하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오빠 그라믄, 지금 우리 가족들이 우예 묵고 사노? 아부지 사업도 시원치 않고 보다시피 오빠도 놀고 있는데… 언제까지 부모한테 용돈 얻어 쓰고 따분하게 살겠노?

내가 이 짓을 평생 할 것도 아니고, 내가 안 그라믄 지금 뭐하고 돈 벌 수 있겠노? 오빠도 내 성질 잘 알잖아? 내가 그런 데에 아르바이트 한다고 남자들과 막 어울릴 성싶나? 나는 이거라도 해서 돈을 벌 끼다. 인자 우리도 다 컸으니까 스스로 노력해서 잘 살아야지 않겠나?”

인숙은 우울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오빠는 할 말이 없었다. 집이 몰락하다시피 한 상태에서 동생만 잘못한다고 다그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집에서 빈둥거리는 자신의 처지에 어떻게 마구 혼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오빠 종욱은 동생의 간곡한 부탁으로 어머니에게는 인숙이가 요정에 나간다는 것을 비밀에 부쳤다.

종욱은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다른 일을 하면 안되느냐 얘기도 해 보고, 술 냄새를 풍기며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화도 내어보았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속도 모르는 어머니는 아들더러 여동생 하나 있는 거 왜 닦달이냐고 나무라셨다. 그때가 그들이 서울에 올라온 지 한 6개월쯤 지날 때였다.

종욱은 은근히 자기 신세를 비관하면서 무슨 취직자리라도 없나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한 번은 셋째 형네 놀러 갔는데, 형으로부터 일본에 파견되는 정비기술자 모집에 응시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자동차에 관한 한 어느 정도 자신감에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종욱은 그에 대비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어머니가 인숙의 요정 아르바이트를 눈치 채게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마룻바닥을 치며 통곡을 했다.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외동딸이 한 사내(작가)와 동거까지 하다 결국 파혼을 했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요정에 나가게 되었으니 그 가슴이 어떠하겠는가. 그러나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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