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실화소설 욕망(慾望)
장편실화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10.29
  • 호수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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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2부 탐욕의 성(性)

<6회>


그러던 어느 날 식사를 하던 중 인숙이가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시작하는 것이다.

“야야! 니가 어제 저녁 먹은 기 체 했나 와이라노?” 하면서 어머니가 달려가 등을 두들기고 나더러 얼른 약국에 달려가 체한데 먹는 약을 좀 지어오라고 당부하셨다. 나는 황급히 약국으로 달려가 소화제를 지어 왔지만 인숙은 약을 먹지 않고 제방에 누워있었다.

그날 인숙은 임신의 입덧을 한 것이다. 처녀가 임신!

어쨌거나 인숙이는 그로 하여 아들을 낳았다. 여기서 다시 오빠 정종욱의 고백담이 이어진다. 영원히 잊지 못할 70년 3월17일 밤 마포나루 총소리부터 들어 보자.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살인범으로 몰린 정인숙의 오빠 정종욱씨는 다시 당시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그 몇 달 후 인숙은 아버지가 누군지 모를 아들(정성일)을 출산하였고 그러던 어느날 인숙은 술에 약간 취해 핸드백에 들어있던 흑백 사진 한장을 꺼내 놓았다.

 


“오빠 이 사진 좀 봐라 이분들이 지금 이 나라 정치, 경제 권력을 쥐고 흔드는 힘있는 사람들이야” 하면서 “이 사진 속에 한분이 성일이 아빠야” 하였다. 나는 사진을 들여다 보고는 깜짝 놀랐지...

3월 17일. 사건이 터지던 그날 나는 평소처럼 9시쯤 아침을 먹고 동생네로 건너갔다. 아직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였다. 하늘은 꾸물꾸물 눈이 올 듯도 하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무럭무럭 자라는 성일이를 찾았다.

동생은 늦잠을 자고, 성일이는 할머니 품에서 칭얼대고 있었다.

서교동으로 이사를 오고, 인숙이의 운전을 전담하면서부터 난 그 애가 외출할 때를 빼고는 성일이와 노는 것이 주된 일과가 되어 버렸다.(중략)

인숙이는 미국을 다녀온 후부터 집에 붙어 있으려 들지 않고 자꾸 밖으로만 돌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런 동생이 불쌍하고 측은해 보였다.

성일이 아버지 전화만 마냥 기다리고 앉아 있는 해바라기 신세. 성일이 아버지는 기껏 해 한 달에 한두 번 오는것이 보통이다. 그래도 성일이가 태어난 처음에는 자주 오는 편이어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서교동을 다녀갔다. 아무리 성일이 아버지가 잘해 주어도, 인숙이는 그런 만남이 늘 불만스러울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더 마음을 집에 붙이지 못하고 이리저리 쏘다니는 것 같았다.

사실 젊은 동생이 이런 생활에 만족할 리가 없다. 더구나 인숙이의 성품이나 생활 성향으로 보아선 더욱더 그러하다. 오빠인 나로선 이해할 수는 있었다. 자유분방하고 호사스런 생활을 누리던 젊은 여인이 어찌 가끔 찾아오는 나이든 낭군으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어린 성일이가 있고, 성일이 아버지가 최고 권력층 자리에 있다 하여도 참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한창 청춘을 구가할 나이의 여자가 하루 종일 방에 갇혀 애와 씨름만 하고 있으니 처량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동생 자신이 선택한 운명인 걸 어찌하겠는가.

인숙이가 방문을 열고 찌푸린 얼굴을 드러냈다. 오늘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하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제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는다. 성일이는 엄마 얼굴이 흐린 줄 알고 있다는 듯이 찾지도 않고, 내 옆에서만 놀고 있다. 12시가 넘으면서 인숙이의 눈이 전화기에 고정되기 시작했다.

가끔 성일이 아버지가 점심시간에 전화라도 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화는 오지 않았다. 평소 성일이 아버지가 서교동에 올 것 같으면 미리 연락이 온다. 오늘 저녁 몇 시쯤 도착할 거라고. 그리고 그 시간은 대개 철저히 지켜졌다. 그런 연락이 오면 동생은 미장원에 가 머리 손질도 하고, 목욕도 하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곤 한다. 그러나 그날은 울리지 않는 전화기 옆에 앉아 짜증만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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