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2부 탐욕의 성(性) <7회>
“와 그러구 앉았노? 니가 하루 이틀 그런 생활한 것도 아니믄서… 그만 짜증 좀 내라.”
보다 못한 내가 한마디 던졌다. 동생은 픽 웃고 말았다. 멋쩍었던지 성일이를 안아 뽀뽀를 하고 난리다.
“오빠, 오늘 저녁 팥밥 해 묵으까?”
인숙이의 성격은 이렇게 변화무쌍,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알다가도 모르는 속된말로 변덕쟁이다.
저녁밥을 해 먹고 인숙이 갑자기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또 무슨 바람이 동생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는지… 화장을 하면서도 인숙이는 계속 ‘전화가 올 텐데, 올 텐데’ 하면서 혼자 궁시렁거리는 것이었다.
7시가 좀 지나서 전화가 울렸다. 인숙이가 화장을 하다 말고 펄쩍 전화기로 달려갔다. 볼이 부어 있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입가엔 미소가 그려졌다.
“예. 예… 알았어요 아빠… 준비해서 곧 나갈게요.”
인숙이는 언제 자기가 짜증 부렸냐는 듯이 금방 활기찬 얼굴이 되어 화장대로 갔다.
“오빠, 어서 준비해. 타워 호텔에서 오늘 파티가 있어… 어서 준비해.”

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여자의 마음이란… 난 누가 열어 주는 파티인가 생각하며 먼저 대문을 나섰다. 등 뒤에서 성일이가 칭얼대는 소리가 들렸다.
더욱 쌀쌀해진 집 앞 골목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시동이 부드럽게 걸렸다. 언제나 같은 일의 반복이지만 그날 시동 소리는 왠지 기분이 좋았다. 인숙이는 추위를 유난히 타기 때문에 난 항상 미리 나가 시동을 걸어놓고 차 안을 훈훈하게 해 둘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오늘같이 파티에 참석하면 얇은 옷을 입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바람이 골목을 쓸고 갔다. 인숙이는 항상 급하다 급하다해도 늑장을 부린다. 난 버릇대로 차 안을 한 번 둘러보았다. 차창, 잠금 고리, 언제나 동생이 앉는 오른쪽 뒷자석의 방석… 그리고 얼마 전부터 가지고 다니는 다시방 속의 45구경 권총도 확인했다.
한 20분쯤 지나니 인숙이가 나왔다. 검은 밍크코트를 걸친 차림이었다. 그 옷은 이번 미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져 온 고급 밍크였다. 차창 밖 서교동 하늘엔 별들도 보이지 않았다. 난 액셀레이터를 밟고 운명의 출발을 하였다. 아직도 봄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시간이 아마 7시 40분경쯤 된 것 같다.
서교동을 빠져나와 신촌 로타리로 향했다. 서울은 평소나 다름없이 서서히 찬란한 밤의 관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숙이의 얼굴에 떠오른 흐뭇한 표정이 뒷거울에 담겨졌다.
“신나는 모양이구마… 뭔 파티고? 미국 가는데 송별회 파티라도 해 주는 기가?”
“응. 답답했는데… 신나게 춤도 좀 추고 스트레스 확 풀고 싶다.”
“송별회 파티믄 나도 같이 들어가도 되겄나?”
은근히 파티를 상상했다. 타워 호텔은 처음 가는 곳이니 나도 구미가 당겼다. 사실 나 또한 호텔의 바나 나이트클럽, 유명 식당의 분위기를 즐기는 편이다. 음식도 그런 곳의 음식을 좋아하는 나였다. 그래서 웬만하면 인숙이 출입하는 호텔이나 식당에서 그 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그 곳 음식과 분위기를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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