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에 위치한 경찰병원에서 질산이 누출돼 의료진과 환자 등 11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소방당국과 경찰, 병원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7분께 경찰병원 본관 내 2층 임상병리과 검사실에서 임상조직물 검사용 질산 원액 1리터가량이 누출됐다.
사고를 인지한 병원 측은 수십 차례에 걸쳐 대피 안내방송을 했다. 또 119에 신고하고 외래 및 입원환자 400여명과 직원 700여명을 전원 대피시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과 경찰은 즉시 방화셔터를 내리고, 제독작업을 벌이는 수습에 나섰다.
이날 사고는 병원 직원이 사용하지 않는 질산 원액 7리터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병원의 한 관계자는 “질산 7리터를 유해폐기물통에 넣고 뚜껑을 닫았는데 잠시 후 뚜껑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에 옅은 주황색 연기와 역한 냄새가 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병원 측은 지난 2011년 1리터짜리 질산 원액 10병을 구입한 뒤 3리터만 사용하고 지난해부터 쓰지 않았다. 참고로 질산은 의료폐기물 대상으로 유효기간은 3~5년이다. 또 질산이 기화된 가스인 이산화질소를 흡입할 경우 기관지와 폐가 손상될 수 있다.
경찰병원 측에서 시약용 유사물질을 폐기한 적은 있었지만 질산 원액을 폐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파손된 용기는 보호복을 착용한 소방대원이 안전하게 외부로 반출했고 남은 질산은 중화제를 사용해 밀폐용기에 수거했다”라며 “사고가 난 병리과는 2층 구석에 위치해 있는데다 근처에 외래 환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내에는 관리감독자가 단 한명도 없어 비상상황 대처가 허술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환경부는 사고 후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기 중의 질산 농도 수치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사고발생 2시간 뒤인 오전 11시 25분께 잔류 질산가스 농도는 사고 직후 1차로 측정한 0.5ppm보다 높은 1.5~2ppm이었다. 질산의 인체 허용 농도는 2ppm 이하다.
경찰병원의 한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도 추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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