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2부 탐욕의 성(性) <9회>
그때 막 인숙이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그 남자를 발견한 인숙이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좀 늦었지요? 미안해요.”
“괜찮아…”
그 남자는 인숙의 밍크코트를 받아 주었다. 그때 젊은 종업원이 다가왔다. 그는 인숙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의 표정에서 인숙이 단골손님이란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 뭘 좀 마시지요.”
“나는… 러시안 칵테일로.”
“난 페퍼민트… 아니, 오늘은 핑크 레이디로 하겠어요.”
종업원이 가벼운 목례와 함께 사라졌다.
“요새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아요.”
“정말 미국에 들어갈 거야?”
“그렇게 되고 말겠죠…… 그러나 난 정말 싫어요. 내가 왜 꼭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거죠? 어쩌다 내 신세가 이렇게 됐나……”
“모르겠어. 우리도 이젠 헤어지는 거구만…”
“에이, 우리 그런 말 하지 말고 춤이나 춰요. 전 지금이 중요해요. 지금 이 시간이……”

실내 음악은 어느 새 댄스 뮤직으로 바뀌어 있었다. 인숙은 그 남자의 손을 끌었다. 둘은 춤을 추었다. 인숙의 몸은 점점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몇 번 더 춤을 추었다. 춤을 추고 난 둘은 술을 계속 마셨다.
“미국은 너무 멀어요. 모든 게 그리워질 거예요… 내 꿈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술 그만 해. 오늘은 취하는 것 같아…”
인숙의 얼굴이 발그레해져 있었다.
“너무 깊숙이 들어갔어요…… 뭐든지 너무 깊게 빠지면 안 돼요. 당신도 그래요… 어차피 스쳐 지나가는 인생인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거였어요. 난 덫에 걸렸어요.… 이제는 탈출할 수 없는 덫에…… 당신에게서도 이젠 자유롭게 되고 싶어요. 뭐든지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해 줘요…제발.”
인숙은 종업원을 불렀다. 노래를 청했다. 한창 유행하는 ‘나를 놓아줘요(Relese me)’란 노래였다. 제발 나를 놓아 주세요. 나를 떠나게 해 줘요. 이제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인생을 헛되이 보내면 죄악이에요. 제발 나를 놓아 주세요. 또 다시 사랑할 수 있게요…….
인숙은 턱을 괴고 노래에 빠져 있었다. 그 남자는 그런 인숙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인숙은 같은 노래를 또 신청해 들었다.
“나는 절대로 떠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그만 내려가지.”
“우리 춤을 더 춰요…… 전 지금이 중요해요.”
“그만. 이해할 수 있어. 그래 지금이 중요해. 그러니… 모든 일이 잘 풀리겠지.”
인숙은 술이 더 마시고 싶었지만, 그에게 손을 맡겼다. 둘은 클럽 문을 빠져나갔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