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수출은 기대, 농축산업 수입은 우려
한국과 뉴질랜드간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양국간 FTA가 추진된 지 5개월만이다.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호주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 한·뉴질랜드 FTA 협상이 타결됐다고 15일 선언했다.
뉴질랜드와의 FTA 체결을 통해 우리나라는 총 52개국과 FTA를 완료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경제의 73.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가운데 일본, 멕시코, 이스라엘을 제외한 31개국과 FTA를 체결한 것이 됐다.
이번 FTA협상 내용을 보면 뉴질랜드측은 7년 이내에 전 품목을, 우리는 15년 이내에 대다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것에 합의했다. 특히 5~12.5% 수준이던 타이어 관세는 즉시 철폐하고 자동차 부품(5%) 대부분과 냉장고(5%), 건설중장비(5%)도 3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우리나라는 수입액 기준으로 48.3%의 항목에 대해 즉시 관세를 철폐하고 15년 내에 96.4%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다만 농림수산물 시장의 민감성을 고려해 쌀, 천연꿀 등 199개 품목에 대해서는 개방에서 제외시켰고, 이밖에 계절관세, 농산물 세이프가드 등 다양한 예외적 수단을 확보해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농산물 세이프가드란 특정 품목의 수입품이 급증해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FTA 타결로 양국 간 농림수산분야 및 제조·서비스분야 등에서 교류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인당 GDP가 4만달러에 이를 만큼 높은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뉴질랜드는 주로 기계류, 자동차, 전기제품 등 공산품을 수입하고, 원목이나 낙농품, 육류 등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우리 경제에서 자동차, 전기제품은 수혜를, 농축산업계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쌀, 천연꿀 등이 수입품목 적용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쇠고기, 키위 등은 수입되는 데다 세계시장에서 34%를 차지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유제품도 수입품목이기 때문이다.
이번 FTA를 바라보는 정부와 제조업체, 농가의 엇갈린 온도차는 정치권에서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잇따른 FTA 타결로 인해 직접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민과 축산 농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반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호주·캐나다·중국에 이어 뉴질랜드까지 4개국과 무역대로를 추가로 열게 돼 경제활성화 분위기에 고무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한·뉴질랜드 FTA는 올해 안에 가서명한 뒤 내년 초 정식으로 서명하고 내년 중 발효된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