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힘없는 ‘약자’들 기호품인 것을...
담배는 힘없는 ‘약자’들 기호품인 것을...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12.03
  • 호수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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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모의 세상보기(64)
예상 했던대로다. 여야는 지난 주말, 내년(2015) 1월1일부터 담뱃값을 정부원안대로 2000원 인상하는데 합의했다.

당초 2500원 인상계획에서 500원을 낮추어 준 셈이니 그래도 후한 ‘인심’이었나? 그게 고작 민생안정법안이었나 묻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요즘 세상엔 돈 있고 빽 있는 자들은 건강 챙기느라 대부분 담배를 끊고 산다. 피우라 권해도 피한다. 그러나 돈 없고 빽 없고 그래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서민층 사람들은 이 팍팍한 세상살이를 하다가 참으로 힘들고 괴로울 때 마다 담배연기라도 마셔야 한다.

더욱이 피와 땀을 담보로 노동현장에서 막일을 하는 수많은 근로노동자와 잔소리 많은 상사 밑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 셀러리맨들은 쉬는 시간에 담배라도 한 개비 피워 하얀연기를 하늘로 날려야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 일할 맛이 생긴다. 그게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담배는 호사스런 사치품이 아니라 힘든 삶을 살아가는 약자들의 절대적 기호품이고 위로의 물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옛날부터 군인들에게 의무적으로 담배 지급을 해왔고 그것을 피워야 전쟁을 했다. 물론 정치권에서나 당국에서는 건강문제의 이유를 대고 값만 올리면 흡연자가 줄어들고 국민건강 증진이 될 것이라고 선전홍보한다. 일리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담뱃값 2000원 인상은 지갑이 얇은 서민들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기왕 올렸으니 우리네 서민들이 무슨 수로 끌어 내릴 순 없다. 그런데 인상확정발표가 있은 그 다음날부터 극비리에 ‘담배사재기’가 극성을 부린다니 이 또한 심각한 부작용이며 큰 후유증이 아닌가? 옛날에는 어떤 물가를 올릴 때는 ‘사재기’ 방지를 위해 밤중에 기습인상을 시켜버렸다. 그런데 어쩌면 좋은가? 물론 불법 부당한 상품 사재기 방지법이 없진 않으나 그런 건 모두 사장된 죽은 법이다.

담배 10갑만 사두어도 당장 2만원을 번다는 서민들 생각들이 시중에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니 예사롭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담배 상인들부터 ‘꼼수’를 노릴지도 모른다. 30일 저녁부터 담배품절이란 핑계도 있다. 그리고 “한꺼번에 올려도 너무 올렸다”는 비난의 여론들이 애연가들 입에서 따발총 총알처럼 튀어나온다. 물론 필자도 애연가는 아니지만 작가로서 가끔 글줄이 끊어지고 답답할 땐 한 모금의 담배가 위로가 되어줄 때가 있다.

평생을 하루 한갑 이상, 밥을 굶어도 담배 없이는 살수 없다는 어느 시골 어른은 올해 88세. 병원 신세라곤 젊을 때 포경수술뿐이고 무병장수를 하고 계신다. 물론 특이한 현상이고 연구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두 담배를 많이 피우라는 말이 아니다.

하필이면 서민 약자 기호품 값을 대폭 올려 그 돈으로 세수 증대하고 공짜 복지예산에 충당하려는가? 싶은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수백 수천 억원씩 해먹은 ‘대도’들의 주머니를 털어내야지 왜 약자들의 삶에 숨통을 죄려 드는가!... 싶은 회의를 느끼는 서민들이 얼마나 많을까?... 인도의 성웅「간디」는 말했다.

정치란?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다라고. 그런데 우리 사는 세상은 글자그대로 부익부 빈익빈이요 힘 있는 자와 가진 자만이 더 잘 살고 힘없는 약자 빈자들은 점점 더 살아가기 힘이 든다는 소리가 시골여름 벼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소리처럼 들려도 수수방관이다.

하기야 누구 원망 말고 술도 담배도 끊으면 된다. 그러면 건강하고 장수할 것이다. 그런데 술, 담배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우울증과 치매가 늘어나고 단명한다는 나라의 기형적 상황도 있다니. 이놈의 세상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이제 담뱃값 인상만큼 흡연량을 줄이고 두 개비를 한 개비로 낮추는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애연가들이여 모두 동참하시라.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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