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2부 탐욕의 성(性) <11회>
‘아니, 이 밤중에 웬 남자들이 서성이노?’
차츰 가까워지면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한 남자는 가죽점퍼 차림에 깃을 올리고 서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정장에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언뜻 그 품새로 보아 어느 기관에 있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동생 집 앞으로 들어가기 위해 차를 약간 돌려 세웠다.(당시 그 골목은 좁아서 나는 항상 집 옆 공터 앞에서 차를 돌려 후진해서 집 앞에까지 갔다.) 그 순간 한 남자가 운전석 문으로 다가왔다. 그는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난 순간 긴장을 하면서도 창문을 조금 열었다.
“누구요?”
“J총리, 급한 심부름이 있어 왔습니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재빠르게 대답했다.
“예? 무슨 일인데요?”
나는 ‘J총리’란 말에 손잡이를 돌려 창문을 더 내렸다. 그에게서 아주 급한 심부름이 있겠거니 여겼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J씨는 인숙이와 깊은 관계가 있던 차였기에 난 아무런 의심도 갖지 않았다. 창문을 반쯤 내리는 순간 느닷없이 총부리가 튀어나왔다.

“꼼짝 말아! 허튼 수작하면 쏘아 버릴 테야.”
그 말과 동시에 그 놈은 운전대로 몸을 기울이면서 인숙이에게로 총구를 향했다.
“뭐예요?”
인숙이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
“뭐긴 뭐야! 에잇……”
총구가 불을 뿜었다. 짧으면서도 심장을 찢어내는 소리였다. 바로 내 귀 옆에 총이 있었던지 순간 귀가 멍해졌다. 아찔했다.
“으으, 오빠……”
인숙이의 단말마 소리가 멍멍한 귀를 찔러 왔다. 섬뜩했다. 난 고개도 돌릴 수 없었다. 넋이 나간 듯했다.
또 한 방의 총알이 발사되었다. 난 정신이 없었다. 어느 샌가 또 한 남자가 조수석에 타 내 옆구리에 총을 들이댔다.
‘아, 나도 가는구나.’
온몸에 식은땀이 쫙 흘렀다.
“꼼짝 말아! 미스터 김, 빨리 타!”
낮은 목소리이면서도 날카로웠다. 인숙이를 쏜 가죽점퍼 차림의 남자는 운전석 창을 통해 뒷문의 잠금 고리를 열고 바로 내 뒷좌석에 탔다. 순식간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니 어안이 벙벙했고, 운전대를 잡은 손이 벌벌 떨렸다. 다시방 속의 권총을 꺼낼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아니, 당시로선 그런 생각조차 못할 상황이었다. 난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절두산 쪽으로 차를 몰아. 어서!”
난 천천히 차를 몰았다. 짙은 어둠 속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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