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65)
지금 온나라가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시끄럽다. 물고 뜯고 그야말로 이전투구(진흙탕의 개싸움) 양상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고 정치권은 연일 야단법석이다. 물론 지금 한창 진행중인 검찰수사가 조만간 끝이 나고 이어서 그 결과가 공표되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고 죄를 지은 자들은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국기문란’ 사건 속에는 다른 사건과 달리 유난히 개(犬)타령 소리가 참 많이 등장하고 있으니 나라의 주인인 民의 입장에서는 이 나라가 점점 ‘개판’이 되어가는 듯싶어 한심스럽고 개탄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한쪽에서는 “나는 토끼 사냥이 끝난 뒤 잡아먹힌 사냥개다”라며 고사성어 ‘토사구팽’을 인용하여 자신을 버림받은 사냥개로 비유하였고, 또 한쪽에서는 “나는 워치도그(감시견)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사냥개가 되겠다”고 역시 자신을 개(犬), 그것도 무서운 맹견으로 비유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이놈의 나라가 전부 개판 천국이구나, 이러니 나라꼴이 엉망이고 전직 장관이 현직 대통령을 물어뜯는 꼴불견 나라가 되어가는구나...하고 탄식하는 소리가 들린다. 거기다가 대통령까지 청와대 여당의원들과 오찬자리에서 “나에게 실세가 있다면 진돗개뿐”이라고 언중유골성 농담발언을 하여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고 하니 어쩌다가 이 나라가 ‘개천국’이 되어 가는가 싶은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어쨌거나 국가가 안전하고 사회가 안전해야 국민생활이 안전할 터인데 여기저기 개타령의 소리만 들려오니 그게 한심스럽다는 거다.
한편 해마다 연말연시에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올해도 예외일순 없다. 특히 안전을 사명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는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안전의 띠를 졸라매고 매사를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 제 아무리 사회가 어지럽고 정치가 소란스러워도 우리가 맡은 안전업무에만 충실하고 오로지 ‘안전제일주의’의 사명감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연말연시가 되면 차량은 폭주하여 도로가 비좁다. 특히 한겨울의 폭설과 빙판 등은 안전에 적군들이 된다.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 이맘때가 되면 교통사고가 배로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작은 예가 될진 몰라도 국민생활 기초적인 안전문제인 교통사고 안전운행에 대하여 ‘안전띠’에 관한 이야기를 좀 쓰겠다.
「시속 80km로 달리던 12인승 승합차가 회색 콘크리트 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차체 앞부분 오른쪽이 종잇장처럼 일그러졌다. 전면과 조수석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조수석에 탄 남성은 갈비뼈 6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나마 에어백이 작동해 얼굴과 머리에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그러나 조수석 뒷자리에 탔던 여성은 얼굴을 옆 유리창에 심하게 부딪쳤다. 여성의 몸 위로는 승합차 맨 뒷자리에 앉았던 어린이가 튕겨져 날아왔다.」
물론 이는 다행스럽게도 실제 상황을 서술한 것은 아니다. 한 전문기관의 연구시험 결과에 따른 논문 대목을 옮긴 것이다. 이 실험은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 따라 인체가 받는 충격의 정도를 확인해 보기 위해 실시됐다. 또 실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 사고발생 상황을 가정하기도 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똑같은 성인남성 모형을 앉혔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모형에만 안전벨트를 착용시킨 것이다. 또 중간 열에는 성인여성 모형 2개를 앉혔고, 맨 뒷자리에는 카시트에 앉힌 6세 어린이 모형과 아무런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모형을 나란히 뒀다. 아울러 벽에 충돌하는 사고의 경우 정면보다는 측면 사고가 많은 점을 감안해 승합차가 45도 각도로 부딪히도록 설정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따른 실험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실험 논문에서는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안전벨트 없이 조수석에 앉은 성인 남성은 안전벨트를 맨 운전자보다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14배나 더 높았다. 머리를 크게 다칠 가능성은 1∼4%로 경미했지만 가슴에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운전자가 5.4%인 반면에 조수석은 97.7%에 달했다. 안전벨트 없이 에어백만으로는 사고 충격을 거의 흡수할 수 없다는 게 입증됐다.」운전자들이여 참고하시라.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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