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실화소설 욕망(慾望)
장편실화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12.10
  • 호수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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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2부 탐욕의 성(性)

<12회>

‘혹시 총소리를 누가 듣지 못했을까? 날씨가 쌀쌀해 다들 창문을 닫아서 소리가 안 들리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운전대를 잡은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차 안은 침묵이 흘렀다. 가시지 않은 공포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2한강교 유엔 참전 기념탑을 돌아 절두산 성당 쪽으로 차를 몰았다. 속도는 낼 수 없었다. 인숙이에게 총이 발사되고 한 10분쯤 흘렀을까. 차에서 그냥 뛰어내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기회가 없었다. 옆구리엔 아직도 차디찬 총구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절두산 성당이 가까워지면서 전조등 불빛에 성당 옆 공터가 보였다. 거기엔 검은 지프가 세워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쪽에 세워!”

무뚝뚝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였다. ‘이제 나를 죽이려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나는 잔뜩 긴장한 탓이었던지 그 놈들이 바라는 위치에 차를 세우지 못하고, 절두산 성지를 지나쳐 천천히 차를 세웠다. 몸이 제대로 말을 안 들었다. 차를 세우면서 어떻게 하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솟아올랐다. 어떻게 한다?

차가 서는 동시에 난 오른손으로 옆구리에 대고 있는 권총을 뿌리치면서, 운전석에서 탈출하려고 몸을 비틀었다. 그 순간 한 방의 총소리가 고막을 세차게 때렸고 난 쓰러졌다.

“억!”

내가 손으로 권총을 뿌리치는 순간, 그 놈은 엉겁결에 방아쇠를 당겼던 모양이다. 어디에 총을 맞았는지 모르겠다.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그놈들은 쓰러진 내가 치명상을 입은 줄 알았던 듯하다. 두 놈은 당황하였는지 인숙이와 내가 쓰러져 있는 차를 그대로 내버려둔 채, 미리 대기해 두었던 지프로 줄행랑을 놓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정신이 약간 들면서 나는 오른쪽 엉덩이가 쑤시고 오른쪽 허벅지에서 피가 흥건히 배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내가 총을 뿌리치는 바람에 옆구리를 찌르고 있던 총구가 아래 엉덩이 쪽으로 내려지면서 총알이 발사되었던 모양이다.

 


순간 살아야겠다는 강한 욕구가 솟구쳤다. 피가 계속 흘렀다. 몸을 일으켜 일어서려 했으나 설 수가 없었다. 난 운전대에 앉아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였다.

‘우선 병원에 가야 한다.’

오른발로 액셀을 밟을 수는 없었다.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액셀을 눌러 발동을 걸었다. 차가 서서히 움직였다. 조금 후 차를 집 방향으로 돌렸다. 힘이 들었다. 오른쪽 허벅지에 심한 통증이 왔다. 얼마쯤 차가 갔을까.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J총리, 심부름 왔습니다.’ 그리고 두 발의 총성. 또 나까지 관통상을 입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당시 서교동 인숙이의 집은 성일이 아버지 그리고 운전사, 또 그의 비서관밖에 모른다. 나의 다른 가족들도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보안을 철저히 했다.

그런데 어떻게 범인이 집 위치를 알았고, 총리 심부름 운운하면서 인숙이를 살해할 수 있었는지 지금도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난 범인의 얼굴을 당시부터 짐작하고 있었고, 지금은 확실히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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