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당시 절두산 성당 근처까지 끌려간 난 공포에 질려 있었기에 어떤 반항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두 진범은 황급히 도망쳐 전조등도 켜지 않은 상태로 사라졌기 때문에 그 차의 번호판을 읽을 여유는 한 치도 없었다. 또한 통행금지가 임박해서인지 지나가는 차도 없었고, 강변도로 위에는 가로등도 없어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차를 서교동 집 방향으로 돌린 다음 얼마 가지 못해 차를 세우고 땅바닥에 쓰러졌을 때, 멀리에서 불빛이 보였다. 난 애타는 심정으로 손을 마구 흔들었다. 그냥 지나치지 않을까 걱정이었으나 다행히 그 차는 나에게 다가와 멈추었다. 미군 아리랑 택시였다. 운전기사가 나왔다. 구세주를 만난 듯했다.
“무슨 일이에요?”
“강도에게 당했소! 강도 만나 난 총에 맞고, 뒤에도 사람이 맞아 쓰러져 있어요. 어서 구조 좀 해 주소……”
“예?…… 기다리세요.”
“어서…… 좀 구해 주소.”
그 운전사는 겁에 질린 듯 했다.
“어서요!”
“내 차에 무전기가 있으니 기다려요.”
운전사는 자기 차로 가더니 무전기로 어디엔가로 교신을 하였다.
“곧 앰뷸런스가 올 테니 기다리세요. 난 손님이 있어 가 봐야겠어요. 곧 돌아올게요.”
그리고 아리랑 택시는 그냥 사라져 버렸다. 난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또 다른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조금 지나니 차가 보였다. 손을 흔들었다. 이번에는 영업용 코로나 택시였다.
“살려 주소. 강도한테 총 맞았어요.”
택시 운전사는 나를 번쩍 안았다.

“뒤…… 동생도 맞았소.”
“우선 당신부터 살아야지요. 동생은 손대면 안 돼요. 앰뷸런스가 올 겁니다.”
운전사는 나를 조수석에 앉혔다.
“얼른 병원에 가소.”
“가 봅시다. 근데 강도 사건이니까 파출소에 신고를 해야 돼요.”
우리는 사건 현장을 떠났다. 다리에서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택시 운전사가 데리고 간 곳은 합정동 파출소였다. 피는 줄줄 나오고 통증은 심해지는데 얼른 병원에 갈 생각을 안 하는 듯했다.
“아니, 이럴 수 있는기요? 나, 죽어. 이 피 나오는 것 좀 보소.”
나는 화가 치밀어 운전사에게 한마디 했다. 피가 점점 많이 나오는 듯했다. 한 20, 30분쯤 지난 것 같았다. 초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세브란스 병원으로 어서 가입시다.”
일어서기 위해 다리를 드니 구두에서 피가 막 쏟아졌다. 나를 파출소로 데리고 온 택시를 타고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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