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67)
어느새 갑오년 2014년도 ‘아듀’를 고하고 을미년이 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사다난 했던 올 한해였다. 다시 상상하기도 싫은 세월호 참사 사건에서부터 최근까지도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국기문란’이며 ‘국정농단’ 그리고 한 재벌기업 가족의 어처구니없는 ‘땅콩회항’사건 등등에서 전 국민들이 놀라고 분노함이 들끓었다. 정국(政局)안정이나 기업안정도 산업안전과 무관치 않다.
그런데 한마디로 우리 사회 전체가 나사가 풀린 듯한 그런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보니 우리 대한산업안전협회 전 조직원들도 눈에는 보이지 않았으나 공연히 마음이 뒤숭숭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협회는 50년 역사와 경험을 기반으로 ‘풀린 나사를 조이고 녹슨 기계를 기름걸레로 닦아내는 마음자세’로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협회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은 어느때보다 막중함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산업재해도 많이 줄어 들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선 국가 경영정국이 안정이 되어야 사회도 안전할 수 있고 주요 산업시설 안전문제도 충실하게 관리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쨌거나 올 한해는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에서부터 국민모두에게 안타깝고 슬픈 그야말로 ‘시련의 계절’이었다. 그러나 신(神)도 지나간 역사는 되돌릴 수가 없다고 했듯이 고의였든 과실이었든 지나간 일은 이미 과거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절망의 끝은 시작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어제의 아픔을 거울삼아 새로운 희망과 용기로 새해를 맞이하자. 인간은 반드시 아픈 만큼 성숙한다. 각 분야에 각자가 맡은 책임과 의무를 다 할 때는 설사 본의 아닌 어떤 사건·사고가 발생해도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음을 우리는 경험칙상 알고 있다. 그게 진리이다.
항간의 크고 작은 사회적 사건사고들도 모두가 ‘설마’하는 방심, 그리고 내가 잘못한 게 뭐있어? 하는 자만과 오만에서 사건이 확대 재생산된 것을 우리는 보았다.
그래서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들도 가래를 들고도 막지 못했으며 결국은 불행의 늪으로 빠진 경우들이 많았다. 필자가 자주 인용하는 사자성어중 대표적인 게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이 신문 <안전저널>의 독자들은 아마도 거의 다 필자의 견해와 대동소이한 생각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사람 죽은 뒤 아무리 명약(名藥)을 지어 온 들 아무런 소용이 없음은 보편타당의 원리요 동서고금의 진리가 아닌가?
작은 성냥불 한 개비가 온 태산을 불태우고 땅콩 한 접시 문제로 수십 수백억원의 손실을 감수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우(愚)범하지 말았으면 싶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이다.
유비무환!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다. 사소한 전기코드 하나 가스밸브 하나에 이상 현상이나 고장이 있나 없나를 한번 더 세심히 살펴보고 퇴근하면 된다. 그 다음 교대자 역시 그런 정신과 마음으로 매사에 섬세히 신경을 쓰면 큰 사건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대참사 사건으로 기록된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건도 말단 현장 기능공 한명의 나태와 부주의에서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임을 우리는 항상 생각하자.
지금부터 30여년 전인 1986년, 그때 그 사건은 처음엔 7천여명의 사망자를 내었으나 그 후 그 후유증으로 무려 70여만명이 원자력병 환자가 발생한 사건이고, 전 세계가 경악했던 사건이다.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사건과 사고에는 예고가 없고 자명고도 없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언제나 이런 점을 명심하고 안전업무에 총력으로 매진하면 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맡은 중차대한 의무요 책무(責務)가 아닐까 싶다. 부디 새해에는 무사고 ‘원년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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