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당시까지도 난 인숙이가 범인의 총에 맞아 즉사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운전사의 말대로 앰뷸런스가 와서 인숙이를 구조해 병원에 데리고 간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인숙이가 죽은 것을 안 것은 가족들이 면회를 와 귀띔을 해서였고, 경찰들도 인숙이의 죽음에 대해선 일절 말하지 않았다. 세브란스 병원에 도착한 난 들것에 실려 응급실에 들어갔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우선 지혈부터 했다. 난 곧 수술실로 옮겨졌다. 총상이기 때문인지 바로 수술에 들어간다고 했다. 옷이 벗겨졌다. 퍼뜩 인숙이 타워호텔에 들어갈 때 맡겼던 다이아몬드 반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난 반지를 받아 동전이나 시계를 넣던 바지주머니에 넣었었다. 수술대 위에서 옆 간호원 에게 속삭였다.
“내 시계 주머니에 여자 다이아몬드 반지가 하나 있어요. 그것 좀 맡아 두이소. 그라고 우리 가족이 오면 꼭 좀 전해 주이소. 부탁드려요. 꼭……”
수술대 위에 눕혀진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점점 시야가 가물가물해졌다. 의사의 얼굴이 다가오는 것을 희미하게 느꼈다.
눈이 스르르 감겼다. 죽음도 이렇게 빠져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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