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 안전’ 버려야 한다
‘겉치레 안전’ 버려야 한다
  • 승인 2010.08.11
  • 호수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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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 ‘질식재해’를 비롯해 우기철, 혹서기에 대비한 재해예방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는 시기적 특성상 발생 우려가 높은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연례적인 발표로, 대책 발표에 따라 산업현장에서는 경각심을 갖고 작업에 보다 주의를 기울인다. 이런 점을 볼 때 이같은 조치는 당연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발표와 그에 따른 산업현장의 대응이 매년 같은 패턴으로 정형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똑같은 일을 되풀이한다는 것은 매너리즘에 빠져 본질을 놓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특히 항시 주의를 집중해야하고 끊임없이 현장을 살펴야 하는 산업현장에서 연례적이고 정형화된 안전관리가 펼쳐진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런 분위기에서 형성된 ‘겉치레 안전’이 지금 우리나라를 산재다발국에서 벗어나질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2009년 기준 국가별 GDP순위에서 세계15위를 차지했다. 또 세계적 유력 건설전문지인 미국 ENR(Engineering News-Record)은 각국 기업에 대한 건설기술력평가에서 우리나라 기업 2개사를 50위권 내에 포함시켰다. 이들 지표는 우리나라가 경제수준과 기술력에 있어서 세계 상위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우리나라 안전관리 수준을 순위로 결정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는 없지만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다발국가 1위라는 지표를 통해 볼 때 그 결과는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이렇듯 우리나라 안전수준은 경제발전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기형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겉치레 안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안전도 그간 많은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성장이 자발적이 아닌 타율적이라는데 한계가 있다. 일부 현장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현장은 안전관리를 법에서 규정을 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시행하고 있다. 즉 형식적으로만 하면 된다는 것이 내면에 깔려 있다. 이는 자율적 안전관리가 상당히 자리 잡았다는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최고의 건설사들이 시행하는 현장에서 발생된 어처구니없는 재해가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신축 현장에서 지난 7월 27일 외벽작업발판이 1층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났고, 이로 인해 근로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7월 29일에는 또 다른 대형건설사의 건물 리모델링 공사현장에서도 건물 외벽 비계가 무너지면서 11명의 근로자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났다.

이들 현장의 시공사들은 모두 안전관리계획서와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수립했고, 해당 현장 곳곳에는 자율안전을 표방하는 계몽 문구들이 화려하다 싶을 만큼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정작 전문성이 요구되는 비계해체작업을 안전담당자에게 시키는 오류를 범하다 변을 당했고, 건물 시공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비계의 안전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외형적인 안전은 최고였으나 내실의 안전은 부실했던 것이다. 전형적인 ‘겉치레 안전’이 아닐 수 없다.

‘말을 물가에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속담이 있듯 겉모습과 통제만으로는 절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제는 겉으로 행해지는 안전이 아닌 산업현장 스스로가 원해서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안전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이 안전을 확보하면 이익을 얻지만 그리하지 못하면 큰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형식적인 솜방망이식 처벌부터 없애야 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일지라도 과감하게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안전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는 사회문화가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사회는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길을 부디 산업안전이 가장 먼저 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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