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통 자체 결함 등으로 폭발가능성 높아

시내버스가 갑자기 폭발해 승객과 행인 등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 9일 오후 4시50분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 행당역 인근에서 송모씨(53)가 운전하던 241번(대원여객) 시내버스의 연료통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과 인근에 있던 행인 등 17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이중 27살 이 모 씨가 양 발목이 절단되는 등 3명이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나자 경찰과 소방대원 80여명이 긴급 출동해 부상자들을 인근 4개 병원으로 후송했으며, 아직까지 사망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천연가스 연료(CNG)로 운행되던 시내버스(신내동∼논현동)에는 사고 당시 1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으며 행당동에서 무학여중 방면으로 주행하다 행당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신호대기 중 폭발했다.
이 폭발로 승객과 행인 등이 부상을 입은 것은 물론 버스 바닥부분이 크게 훼손됐으며, 폭발 당시 발생한 파편 등으로 인해 주변 상가의 유리창과 간판이 일부 파손됐다.
◇ 연료통 결함 유력 원인 추정
경찰은 현재 버스 중간 부분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승객들의 진술과 버스가 다른 차량과의 추돌 등 외부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량 자체의 결함으로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차량 하부에 장착되어 있는 8개의 가스연료통 가운데 하나가 연료통 자체의 결함 등으로 인해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이 부분에 대해선 전부터 우려가 있어왔다. 서울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들어진 연료통의 경우 품질 불량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탄소 복합소재로 만든 연료통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번 사고버스도 스테인리스 소재의 연료통이 달려있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사고 버스가 올해 말로 운행 연한이 끝나 폐차될 차량이었다는 점에서 부품의 노후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연료통의 파열과 연료통과 연결 부위의 이음매 불량 등 다양한 원인을 놓고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도 감식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이밖에 인명피해가 컸던 원인 중 하나로는 차량 내부 바닥의 내구성이 지목되고 있다. 연료통이 차체 아래에 설치돼 있음에도 차량 내부 바닥이 폭발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견고한 재질로 제작되지 않고 있다는 것.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지식경제부는 전국 도시가스충전소에 충전 시 최고압력을 현행 207㎏/㎠보다 10% 정도 낮추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 서울 버스 90% 이상 CNG, 안전문제 대두
사고가 난 차량이 서울 시내에서 운행하는 버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CNG버스는 연소 때 매연이 거의 배출되지 않는 압축천연가스(CNG, Compressed Natural Gas)를 연료로 사용해 친환경성이 높다. 때문에 서울시는 2000년부터 시내 대기환경 개선차원에서 기존 경유 버스를 CNG버스로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서울시내 전체 노선버스(7,558대)의 95.5%인 7,234대가 CNG 차량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사실상 시내버스 전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 종합적인 안전점검 방안 필요
사실 CNG 버스 관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7월 충북 청주시 용정동에서 시내버스 종점에 정차해있던 CNG 버스의 연료통이 폭발한 사고 등 2000년대 들어서만 연료통 결함으로 인한 크고 작은 폭발 사고가 전국적으로 7번이나 있었다.
때문에 이번 서울 행당동에서 일어난 버스 폭발사고는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유사 사고가 잇따랐는데도 업계와 정부가 관련 조치를 소홀히 해 결국 대형사고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버스는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필수 대중교통수단이다. 즉 시민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는 교통수단인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관련 업계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보다 강화된 재질로 연료통과 관련 부품을 만들고, CNG 버스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점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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