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69)
남북통일 이라는 원대한 희망과 벅찬 소망을 안고 2015년이 밝았다. 그리고 새해 모든 업무가 새로 시작되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란 매우 의미있는 역사적 해이기도 하지만 특히 올해는 양(羊)의 해라는 관점에서 보면 좋은 일이 많이 있을 듯 한 기대감도 따른다. 양은 우선 온순한 동물이며 욕심이 없고 단체 생활에도 질서지키기에도 매우 모범적인 동물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羊자가 붙은 한자글자 중에는 좋은 단어체가 참 많다. 우선 아름다울 美자 속에도 羊이 들어있고 복되고 좋은 일이란 뜻의 상서(祥瑞)롭다는 단어 속에도 羊이 들어있다. 그 뿐인가, 힘차게 창공을 날아가는 물체를 보고도 비상(飛翔)이란 단어를 쓰고 그 상(翔)자에도 어김없이 들어 있는 게 羊이다. 큰 바다인 대서양, 태평양이란 바다 이름 洋속에도 羊자가 들어가 있다.
뿐만 아니다. 羊자는 또 선할 善자에도 숨어있다. 그러고 보면 羊은 아름답고 좋은 일, 큰일, 높은 곳을 향하는 일, 착한 일에 빠지지 않는 동물임을 우리네 옛 선현들께서부터 인정을 하고 그 많은 유명 한문 글자 단어 속에 羊을 유독 많이 끼워 놓은 것 아닌가 싶다. 자·축·인·묘 12지, 띠 동물 중에 들어 있는 호랑이처럼 사납지도 않고 소처럼 미련하거나 돼지처럼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또한 뱀처럼 사악스럽지도 않은 어질고 순한 동물이다.
특히나 양(羊)은 본능적으로 안전(安全)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동물이다. 수백마리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도 결코 질서를 파괴하거나 먼저 갈려고 뛰면서 달리지도 않는다. 지난해(2014)는 뛰고 달리기 좋아하는 말(馬)의 해라서 그렇게 대형사고가 나지 않았는가? 싶은 조금은 엉뚱한 생각도 해 보았다.
자기혼자 살아남겠다고 미친년 널뛰듯 팬티바람으로 배를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이 그랬고 자기들끼리 더 좋은 위치에서 인기 연예인 얼굴 바라보려고 환풍구 위에 서로 올라가려다 대형 추락사고(성남사건)도 발생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죽어갔는가. 그러나 올해(양의 해)만은 결코 그런 불행한 사건들이 발생하지 말아야겠다.
성경구절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한 마리의 길 잃은 양을 구하려는 마음들이 우리 사람사는 세상 여기저기 퍼지면,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려는 마음들이 골고루 퍼지면, 사회도 나라도 안전해짐은 명약관화다. 따라서 경제발전의 심장격인 전국 산업 현장에도 산재(産災)가 줄어들 것이고 생산과 소득이 늘어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올해 양의 해는 매우 뜻 깊은 해다. 그러나 도심 속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양(羊)에 대하여 별다른 관심도 없고 전문지식도 없을 터라 필자는 오늘 羊(sheep, ovis)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하고 싶다. 양은 배가 고파도 절대로 더럽게 오염된 풀은 뜯어 먹지 않는다. 물도 잘 먹지 않는다. 앞에서도 잠시 거론했지만 이기주의적인 독주도 하지 않고 단체행동에 익숙하며 리더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목자에 순종할 줄 안다.
살아있을 땐 젖으로 치즈나 발효유를 만들게 하는 인간 보양에 큰 몫을 하는 짐승이고 죽어서도 털과 고기를 전부 인간에게 바치고 간다. 그러면서 절대로 다른 동물이나 인간에게 어떤 해악(害惡)의 행위를 하지도 않는다.
그런 한편 羊은 속죄와 희생적 동물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 동서고금의 아득한 역사속에는 어떤 험악스런 큰 죄악이나 대재앙이 발생하면 양의 피를 뽑아 제단에 뿌리기도 했으며 그때부터 ‘속죄양’이란 말도 생겨난 것이다. 얼른 보면 양은 하찮은 동물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아무튼 양(羊)의 해를 맞이하여 이런 저런 상식적 중언부언을 좀 써보았다만, 만물의 영장이란 우리네 인간들도 모두가 ‘선한 목자’의 마음들이 되어 서로 돕고 세상에 이로움만 주는 羊의 정신세계를 본받아 가며 살아갔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새해 첫 칼럼을 연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