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70)
최근 한 여론기관이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새해 소망이 무엇인지? 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답변한 사람들 대부분 약60%가 ‘새해엔 좀 더 안전한 나라’ 甲질이 없어지는 사회를 열망했다. 그거야 물어보나 마나한 민심(民心)이지만 ‘갑질없이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꼽은 사람은 전체 500명 중 115명으로, 전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20대에서는 100명 중 20명(2위), 30대는 24명(1위), 40대는 16명(3위), 50대는 33명(1위), 그리고 60대 이상은 22명(2위)이 새해소망으로 꼽았다.
그리고 ‘더 안전하고 안정된 나라를 소망한다’는 답변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2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세대의 소망에서 3위로 올랐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엄마 대부분은 안전한 나라를 첫 소망으로 꼽았다. 미술 학원을 운영하는 서모씨(43)는 세월호 참사 이후 ‘돌다리 엄마’로 거듭났다고 했다. 정씨는 “자녀의 안전에 관해선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또다시 그런 바람은 어디로 가고 새해 벽두부터 안전불감증 ‘환자’들의 행동으로 가스누출 사고 및 4명이 불에 타 숨지고 120여명이 부상당한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 화재사고를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조금만 조심하고 조금만 더 안전에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이건 그냥 흔한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아예 안전무방비였고 민·관이 공모 결탁하여 만들어 낸 사고라는 말까지 나돈다. 아파트 외벽에는 불에 잘 타는 값싼 자재를 사용했고 뿐만 아니라 비상시 피난 대피할 수 있는 비상계단도 없었으며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고 한다. 아무리 값싼 생활주택이라지만 너무한 것 아닐까?
도대체 이런 건축을 하는 행정도시는 왜 있으며 그런 건축물을 인·허가해준 담당 공무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런 사람들의 가족들도 그런 건물 속에 살고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물론 현재 진행중인 경찰, 검찰의 수사로 밝혀지리라 보지만 그런 건물 준공검사 과정에는 업자와 관련 관청간 적지 않은 뇌물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축법이 얼마나 까다롭고, 소방법이 얼마나 깐깐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그런데 그따위 ‘사상누각’같은 아파트를 지었는데도 준공검사가 나고 사용승인이 나도록 했으니 그 속의 검은 거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건 집없는 영세 서민들을 불에 타 죽도록 강제로 밀어 넣은 살인범들과 다름이 없다.
물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 수 있겠지만 차제에 전국의 아파트 안전점검을 다시 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소는 잃어도 외양간은 다시 고쳐야 한다.
그리하여 관피아의 ‘먹이사슬’ 같은 부정부패를 발본색원으로 찾아내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나라의 근본을 바로 세우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참사와 부정부패들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습지대에서 피어나는 ‘악의 꽃’이다. 그래서 올 2015년에 대학교수들이 지어낸 사자성어가 바로 정본청원(正本淸源)아니던가. 정본청원이란 말은 근본은 바로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아무튼 새해 첫 대형사고인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부터 그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고 그것을 모델케이스로 해서 건축 실무책임자는 물론 해당 건축업자와 관계 기관장까지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사고 후 국민안전처가 전국의 실태조사를 해 보니 그런 아파트가 수백동이나 된다니 이게 어찌 법(法)이 살아있는 나라인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힌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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