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사람들을 또 잡고 있다
‘설마’가 사람들을 또 잡고 있다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5.01.21
  • 호수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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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모의 세상보기(71)
엊그제 천안 부탄가스 공장 폭발 화재 사건부터 역으로 추적해 올라가면 올 2015년 새해 들어서 단 하루도 빠짐없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던 것 같다. 어쩌면 좋은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교통사고나 화재사고, 현역병 탈영 사건은 잠시 뒤로 하고라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런 곳은 설마 안전하겠지...하고 믿었던 어린이 집에서까지 놀랍고 경악스런 보육교사의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어쩌면 좋은가? 아무리 보아도 뚜렷한 대책은 ‘안전불감증’ 환경을 ‘안전민감증’ 환경으로 바꾸는 것 밖에 없을 것 같다. 정부는 전에 없던 국민안전처까지 새로 만들어 특단의 안전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그 안전처 출범 뒤부터 안전사고가 오히려 기승을 부린 듯싶어 더욱 서글프고 실망스럽다. 고의든 과실이든 사건과 사고는 범죄행위다. 그중에 과실사고로 분류될 사건은 본의아닌 교통사고나 실화(失火)혐의 사건 이외는 대부분 고의적인 범죄, 아니면 미필적 고의 범죄로 빚어지는 참사들이다.

지금 사회적으로 가장 비판받고 국민적 공분을 주고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폭행, 폭력행위는 얼마든지 예방하고 결코 발생하지 않을 사건사고들이다. 이런 사건들은 원장이나 보육교사들이 조금만 정신을 가다듬고 어린이들을 ‘내 자식’이라는 개념으로 사랑과 애정을 갖고 보살피면 얼마든지 예방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타난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폭행사건이나 또 다른 곳의 그런 끔찍하고 아찔한 사건, 사고들을 보면 이는 어린이 보호교육시설이 아니라 어린이 공포시설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되었나? 그런 보육교사의 비인간적인 행동을 TV로 바라본 전국의 시청자들 입에서는 어떤 말들이 나왔을까...

네 살짜리 어린애가 공중으로 날아가 추락하는 장면에는 차라리 눈을 감아 버려야 했을 정도다.
말썽을 부리고 장난치고 주는 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뛰어 노는 게 어린이들의 본능이다. 그래서 어린이다.

그런데 그 엄마나 이모, 고모뻘 되는 보육교사는 옛날 동화에나 나오는 장화홍련이나 콩쥐팥쥐 이야기 속의 계모보다 훨씬 더 포악스럽고 악질적인 여인들 같다. 언뜻 보면 프로레슬링 연습장 같은 그 기막힌 어린이집 폭력현장들, 그 속에는 지난 2012년부터 무상교육이 확대되면서 보육시설이 늘어난 반면 인프라와 질적향상은 따라가지 못한 전형적인 한국적 병폐가 되풀이 된 듯싶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인천 어린이집은 정부(보건복지부) 평가 인증에서 상위급 점수인 95점이라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니 더 기가 막힌다.

“100점 받았으면 살인 났겠다”는 역설이 나온다. 이렇게 수박 겉핥기식 인증조사평가를 하는 기관은 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어린이집 인증평가를 하고 있는 한국보육진흥원이고 담당요원은 겨우 220명. 이들이 전국 4만개가 넘는 어린이집 시설 운영을 점검하고 있다니 오죽했을까.

직접 보지 않고 듣지 않아도 뻔하다. 보나마나 비디오란 말이 적중할 듯싶다. 이제 한동안 전국 어린이집들은 호떡집에 불난 듯 안전점검에 소란을 피울 것이다. 그러다가 또다른 이슈가 발생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이 될지도 모른다.

열 번 백번을 이야기해도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다. 그 어린것들을 어린이 집에다 맡겨놓고 직장에 나가는 맞벌이 부부 엄마들이 안심하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차제에 정부당국은 특단의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둔갑하지 않도록 가해자들의 처벌규정(아동학대특별법)을 더욱 강화하여 다시는 ‘인간 독종’들이 어린이 보호시설 안에 원장이나 교사로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하고 더 이상 ‘설마’가 사람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CCTV에만 의존해서는 그런 사건사고를 막아 내기 어렵다. 모두가 안전민감운동을 펼쳐 나가야 할 것 같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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