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작업중지권 실효성 강화 위해 제도 개선해야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재해 근절대책 절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산업재해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산재은폐를 근절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에 감독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노위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종합한 ‘2014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안전관리 강화 및 재해예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담겨 있다. 다음은 이번 보고서에서 제기된 주요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 재해예방대책 수립해야
환노위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예방을 위해 감독당국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손실일수와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산재를 예방하는 것이야말로 고용창출에 기여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환노위는 산재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기업살인법 제정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아울러 산재의 대부분이 50인 미안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클린사업장 조성지원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보조대상품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한 위험업무의 외주화를 법·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환노위는 근로자 작업중지권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환노위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대한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며, 작업중지권이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산안법 시행령 등에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참고로 산안법(제26조)에서는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산재은폐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촉구
환노위는 고용노동부가 산재은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노위는 고용부가 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자료를 이관받기 시작하면서 산재은폐 적발 건수가 늘어나고 있으나 감독을 실시한 경우는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하며, 앞으로 감독을 더욱 활성화해 산재은폐 사례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법에 따른 제재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사의 경우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산재사망사고를 은폐하는 경우에 많으므로 건설사의 산재은폐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PQ제도를 개선하라고 고용부에 요구했다.
산재은폐와 관련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도 있었던 만큼 앞으로 어떤 대책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권익위는 산업재해 보고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보다는 영업정지나 공사입찰 제한, 보험료 인상 등 산재 발생사실을 보고하면서 받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권익위는 중대재해 등의 미보고 시에 부과되는 과태료를 상향조정하고, 산재발생 보고를 고용노동부 및 관할(지)청 홈페이지에서 신고할 수 있게 하는 등 접수창구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산재 근로자 사회안전망 강화해야
환노위는 산업재해근로자의 업무복귀 문제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재해로 장해를 입은 근로자의 절반만이 사회에 복귀하고 있고, 이들 10명 중 3명은 타 직장에 재취업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재해근로자들이 원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마련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환노위는 ‘산재 국선노무사’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현 제도상 산재 발생 시 근로자에게 업무관련성 등을 입증하도록 돼 있어 산재와 관련해서 적절한 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있으므로 근로자에게 국선노무사를 선임해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환노위는 산재보험과 관련해서 부정수급 문제가 심각하고, 부당이득에 대한 회수율이 저조한 만큼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업종별 산재예방대책 수립해야
환노위는 고용부에 업종별로 재해예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도 했다.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업종에 특화된 산업안전보건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환노위는 조선업종 전반의 위험요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참고로 지난해 국감에서는 조선업계에서 중대재해가 빈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이른바 ‘물량팀’을 근절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물량팀이란 일정한 일감을 받고 일을 한 뒤 일이 끝나면 해체되는 비정규직 조직을 말한다.
환노위는 조선업종 재해예방을 위해 ‘물량팀’을 포함해 조선업 제조공정의 문제, 하도급·장비 임대업체 근로자의 안전보건취약 문제 등 업종에 따른 재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비스업종에서는 판매원, 골프장 캐디, 항공기 승무원 등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학교급식근로자들에게 근골격계질환 발병 위험이 높으므로 이들의 건강장해를 예방할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환노위는 건설업 재해예방을 위해 ▲기본 안전수칙 준수 지도 ▲소규모 건설현장 안전관리 강화 ▲건설기계 전반에 대한 점검 ▲신호수 운영방법 개선 ▲운전원 등에 대한 교육강화 등의 산업안전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환노위는 고위험 화학물질을 제조·취급·저장하는 설비를 보유한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보다 철저히 하고, 불화수소 등 고위험 화학물질 취급작업을 도급인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지적사항이 단기, 중·장기적으로 산업안전보건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안전보건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