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주노총,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세부계획 수립 시급
경총 “기업과 근로자의 책임, 형평성 있게 고려된 대책 필요” 노동계와 경영계가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산업안전보건 혁신 종합계획(제4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에 대해 그동안 노·사·정이 논의한 사항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며 추가적인 보완을 촉구하고 나섰다.
먼저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한목소리로 ‘산업안전보건 혁신 종합계획’이 산업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질타했다.
우선 한국노총은 그동안 대화와 논의를 거듭했음에도 고용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모두 담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혁신계획에서 밝힌 대책들을 실제 이행하기 위한 세부안이 함께 공표되지 않은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안전관리 업무 위탁 금지, 원청의 책임 강화 등의 대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이를 추진하기 위한 세부 계획이 없어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한국노총의 주장이다.
한국노총 한 관계자는 “고용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많은 대책을 추진했지만, 산자부 등 주요 경제부처의 힘에 밀려 일부 대책이 좌초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비록 당초 계획보다 많이 완화됐지만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 나서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발표한 제4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의 경우 5년 전 내놓은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는 그만큼 계획만 수립하고 추진하지 않은 대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4차 계획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고용부가 대책을 실질적인 이행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유해위험업무의 경우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원청 책임을 전면 강화해 줄 것도 강력히 촉구했다. 당초 ‘장소 구분 없이 원청의 책임 강화를 전면 적용하겠다’는 안을 수립했었으나, 정작 발표된 계획에서는 ‘원청의 사업과 긴밀히 연계된 위험장소’로 원청의 책임을 완화해줬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은 안전보건에 대한 근로자 참여 확대, 산재은폐에 대한 감독 및 처벌 강화, 감독인력과 예산 확보 등도 혁신 종합계획에 포함됐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장고 끝에 제출된 산재예방계획도 산업안전 감독인력과 예산 확보 없이는 또 다시 서류로 남게 될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이행을 통해 실질적인 산재감소 성과가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총, 원청 책임만 강조하는 것은 산재예방에 역행
경영계는 혁신계획이 산재예방정책의 실효성 및 현장작동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 없이 사업주 규제 및 처벌강화 중심에 중점을 두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경영계의 대표격인 경총은 성명서를 통해 혁신계획에 포함된 내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일례로 사내하청에 대한 공동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부여 및 유해작업 도급제한 규정 등이 원청의 의무와 책임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조치로써, 오히려 하청업체의 안전관리책임을 약화시켜 산재예방에 역행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경총의 주장이다.
또 경총은 안전사고와 고용형태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안전·보건관리자의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기업 인력운용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조치로서, 고용위축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밖에 안전보건공시제 도입, 위험성평가 벌칙 신설, 사업주 교육 도입 등도 재해예방효과에 대한 분석 없이 기업의 책임만을 강화하는 내용이어서, 안전투자 확대 및 사업주 인식제고라는 제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산재예방은 기업의 안전경영 실천과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가 함께 이뤄질 때 실현될 수 있다”면서 “향후 종합계획의 법개정 논의 시 산업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등 기업의 규제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수년간의 고심 끝에 내놓은 ‘산업안전보건 혁신 종합계획(제4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가 비판적인 시선을 보냄에 따라 향후 대책 이행에도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고용부가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또 노·사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해 합리적인 후속대책을 마련할지에 각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