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허술… 예고된 참사

정부, 전국 캠핑장 대상 안전점검 실시
지난 22일 오전 2시 13분께 인천 강화도의 동막해수욕장 인근 모 글램핑장에 설치된 텐트에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이모(38)씨와 두 아들, 이씨의 중학교 동창 천모씨와 아들 등 5명이 숨졌고, 이씨의 둘째 아들 이군(8)과 구조작업을 돕던 박모(43)씨 등 2명이 화상 등 부상을 입었다. 박씨를 제외한 사상자 6명은 모두 한 텐트에서 잠을 자던 중 화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4일 화재사고를 수사 중인 인천강화경찰서에 따르면 1차 감식을 실시한 결과 화재원인은 전기적 원인으로 추정된다. 텐트 내 냉장고와 텔레비전이 있는 장소가 발화지점으로 보인다는 것이 경찰의 부연설명이다.
◇무등록 시설로 안전관리·점검 부실
이번 화재사고는 해당 글램핑장(텐트와 야영장비 일체를 대여해 주는 곳)이 관할 군청에 등록되지 않은 시설이다 보니 안전점검이나 관리가 허술한 점이 사고발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관광진흥법 개정시행령에 따르면 캠핑장 등 야영장은 적합한 등록기준을 갖춰 관할 시·군·구에 신고해야 한다. 등록 세부기준은 다음과 같다. 입지는 침수·산사태 등의 우려가 없는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하고, 비상시 이용객 안전을 위해 게시판·소화기·대피소·대피로 및 관리요원 등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야영용 천막 1개당 15㎡ 이상의 야영공간과 하수도시설, 화장실 및 긴급상황 발생 시 이용객을 이송할 수 있는 차로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참사가 빚어진 글램핑장은 무등록시설이다 보니 이런 안전장치가 없었다.
또 불이 난 텐트가 화재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도 화를 키웠다. 내부에는 TV와 냉장고, 커피포트 등 전열기구가 비치돼 있고, 바닥은 전기온열 매트가 깔려있다. 특히 외부는 불이 붙기 쉬운 가연성 소재로 돼있다. 때문에 불이 나고 25분만에 진화됐지만 텐트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잿더미로 변했다.
◇당정, 유형별 안전관리기준 마련키로
정부와 새누리당은 24일 당정 협의를 갖고 여러 부처에 흩어져있는 캠핑장 안전관리기준을 유형별로 정비하고 이를 강화키로 했다.
먼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사건현장에서 점검해보니 텐트 간 거리, 텐트 내에 있던 전기전자제품을 보며 위험하다고 느꼈다”라며 “야영장에 대해 유형별로 정비를 하고 유관부처와 안전관리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앙부처, 시·군·구 지방자치단체, 시설사업주, 이용객들 모두가 엄정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앞으로 관련 부처와 협의해 엄격한 안전관리기준을 유형별로 만들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약 1800개의 캠핑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등록된 야영장은 100여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원 의장은 “특히 전국 캠핑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사설 캠핑장은 자신이 소유한 산지, 계곡, 하천 등의 땅에 임의로 캠핑장을 설치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재난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는 실정”이라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캠핑장 산업과 문화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성범 새누리당 정책조정위원장도 “사고가 난 글램핑장은 사설 무허가시설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야영장을 비롯해 유원지, 자연휴양림 등 단위별로 있는 관광시설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안전처는 22일 긴급 안전정책조정실무회의를 열고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이번 화재사고가 발생한 강화도 펜션처럼 야영장·펜션·민박 등 구분이 모호한 시설의 안전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안전처를 중심으로 문체부·농림수산식품부·환경부·여성가족부·산림청 등 야영과 관련된 업무 소관부처의 안전기준을 재검토하고 세부 유형별 통합 안전관리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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