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과도한 근무, 발병과 관련성 높아”
과도한 업무 이후 잠을 자다가 심정지를 일으켜 사망한 운전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부는 17시간 버스운행 후 사망한 버스운전기사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심근경색 발병 시 업무시간이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60시간, 발병 전 4주 동안 주당 평균 64시간을 초과할 경우 업무와 심근경색 발병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점을 토대로 “과로와 스트레스가 A씨의 고혈압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심정지는 과로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고 당일 새벽 집에서 잠을 자던 중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가슴통증을 호소했는데 이는 심근경색의 전형적인 증상”이라며 “혼잡한 도로사정과 복잡한 교통체계로 A씨가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는 심정지 발생 바로 전날에 17시간을 근무했으나 2일 연속 근무여서 4시간밖에 잘 수 없었다”며 “A씨의 1주일간 평균 근무시간은 63시간58분~69시간23분으로 고용노동부고시상 심근경색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인정되는 기준을 초과하거나 근접한다”고 덧붙였다.
버스운전기사 A씨는 지난 2012년 12월 새벽 집에서 잠을 자던 중 갑자기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A씨는 2010년 5월부터 사고 전달까지 고혈압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오던 상황이었다.
A씨는 응급실 도착 당시 이미 심장이 정지한 상태였다. 의사가 심폐소생술로 심장박동은 살렸지만 뇌손상을 피할 수 없었고, 이후 다른 병원에서 요양하다 2013년 7월 급성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A씨의 아내는 이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고 청구했으나 공단이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사망 원인을 심근경색으로 단정할 수 없어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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