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여객선 특별점검 강화, 전산발권 시스템·선원 제복착용 의무화
세월호 침몰사고 1주기인 4월 16일이 다가왔다. 지난해 참사 당시 우리 국민들은 재난현장에서 속수무책이었던 정부와 안전을 무시한 채 과적을 일삼았던 선박회사, 그리고 제일 먼저 사고 현장에서 탈출한 세월호의 선장·선원들에 대해 분노하고 절망했다. ‘적폐’와 ‘국가 대개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9명의 실종자가 남아있고 진상규명과 인양을 둘러싸고 사회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 사고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그렇다면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우리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본지는 지난 1년간 국민안전과 관련해서 변화된 양상과 남은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 단행
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가혁신을 국정운영 기조의 중심에 놓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에서는 이른바 세월호 3법(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 유병언법)을 적극 추진했고, 이들 법들은 지난해 11월 7일 국회를 통과한 뒤 발효됐다.
특히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국민안전처가 탄생했고,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은 해체됐다. 또 기존의 안전행정부는 안전관련 업무를 안전처에 이관하고 행정자치부로 축소됐다.
이 가운데 해경의 해체는 그야말로 극약처방이었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도 중국어선의 불법어업 단속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기도 했던 해경이었지만 세월호 사고에서는 부실한 초동 대처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실제로 박 대통령도 대국민담화에서 “해경의 구조업무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대신 박 대통령은 국가 재난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국민안전처의 신설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신설된 안전처는 국무총리실 산하 장관급 조직으로 해경과 소방방재청, 안전행정부 안전본부를 통합해 출범했다.
안전처는 장관 아래 3명의 차관급을 뒀고 소속 정원만 1만명이 넘는 거대 조직으로 탄생했다. 또 육상(경찰·소방)과 해상(해경)으로 나뉘어 있던 재난 대응 체계를 통합 관리하는 등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소임을 부여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권, 재난관련 특별교부세 배분권, 기관경고·징계요구권, 안전점검 공무원의 특별사법경찰권 등도 갖게 됐다.
공직사회 전반의 개혁을 추진하는 차관급 조직인 인사혁신처도 박 대통령이 세월호 담화에서 약속한 기관이다. 공직사회의 적폐가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인식에서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인사 업무와 윤리·복무·연금 기능 뿐만 아니라 공직후보자 추천을 위한 인재 발굴,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통령비서실에는 재난안전 분야에 대한 대통령 보좌기능을 담당하는 재난안전비서관이 신설되기도 했다.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강화
정부부처 차원에서도 연안여객선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9월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혁신대책을 마련·발표했다. 또한 지난 1월 후속 입법 조치로 해운법, 선원법, 선박안전법 등을 개정했으며, 현재 하위법령 개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해수부는 안전관리 지도·감독 체계를 개편했다. 선사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소속됐던 운항관리업무를 공공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토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다. 또 세월호 사고 당시 73명이었던 운항관리자는 강화된 안전관리 업무 수행을 위해 현재 91명으로 증원됐다. 아울러 정부는 해사안전분야 전문가인 해사안전감독관을 채용(여객선 감독관 16명), 4월부터 현장 배치해 선사와 운항관리자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해수부는 최근 배치된 해사안전감독관을 중심으로 선령 20년을 초과한 노후 연안여객선 전체(44척)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 정기 점검뿐만 아니라 수시·불시 점검을 통해 사업자 등의 안전관리 실태를 지속적으로 지도·감독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안전운항을 위한 출항점검 및 화물·여객관리도 강화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출항 전 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선장과 운항관리자가 합동으로 점검을 수행하고, 철저한 여객관리를 위해 모든 여객에 대한 전산발권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신분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아울러 화물과적 차단을 위해 화물 전산발권을 의무화하는 한편, 대형 카페리에 대해서는 계량증명서를 제출·확인토록해 최대 적재중량 이상의 화물 선적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선원의 자질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전개했다. 선원 교육과정을 실습위주로 개편하고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7월부터 제복 착용을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화재, 전복 등 비상 시 선원의 대응능력 제고를 위해 입체적 훈련이 가능하도록 예산 35억 원을 투입해 한국해양수산연수원(부산 소재)에 지상 3층, 연면적 약 1300㎡ 규모의 ‘선박종합비상훈련장’을 연내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해수부는 해양 안전문화의 확산도 추진했다. 매월 1일을 ‘해양안전의 날’로 지정해 선사 CEO의 안전의식 향상을 위한 ‘해양안전리더 교육’ 및 학생·일반인 대상 ‘찾아가는 해양안전교실’ 운영 등을 통해 해양안전의식 생활화를 추진하고 있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수립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이 수립됐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총리실과 안전처가 중심이 돼 17개 부·처·청이 참여한 중장기 종합계획으로 우리나라 재난안전체계의 비전과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5년간 약 30조원을 투입해 ▲현장대응역량 제고 ▲재난관리 표준체계 확립 ▲재난대응훈련 강화 ▲안전복지 강화 ▲안전문화 확산 ▲재난안전예방 인프라 확충 ▲생애주기별 교육훈련 실시 등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처는 이 계획의 일환으로 4월말까지 모든 안전분야를 점검한다는 목표에 따라 전국 교량·항만·고층아파트 등의 시설물과 승강기, 어린이 놀이시설 등 86만건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국가 재난통신망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간 총 2조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안전 강화?…입법 조치 미흡
정부가 안전 관련 법·제도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여야가 앞다퉈 쏟아냈던 각종 안전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보류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법안명에 ‘안전’을 명시해 발의된 법안은 총 231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법안에 대한 심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총 231건 중 절반이 넘는 134건이 국회에 접수만 됐거나 상임 소관위의 심사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사고와 직접 관련이 있는 선박, 해사 관련 법안 일부도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선박교통관제의 법적 기반을 강화하고, 관제구역을 지나는 선박에 관제통신과의 교신을 녹음·보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해사안전법 일부개정안은 아직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국민 70%, 세월호 참사 원인 ‘부패’
아직까지도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은 사고 원인을 한국사회에 만연해있는 부패 때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한국부패학회와 함께 ‘깨끗한 대한민국을 위한 부패방지 대책과 방향’이란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 같은 조사내용을 공개했다. 참고로 이 조사는 지난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묻는 질문에 조사대상의 36.7%가 ‘공공기관의 부적절한 운항 승인과 부실한 안전검사’를 꼽았다. 또 32.8%는 ‘정부 및 정부산하기관·민간기업 간 비정상적 유착관계’라고 응답했다. 결론적으로 전체 조사대상 중 69.5%가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공공기관의 부패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어 사고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는 ‘해운사의 무리한 선박 증축 및 개조’(19.1%), ‘선원의 선박 조작 미흡’(9.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우리나라 경쟁력은 10위권이지만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지수는 40위권”이라면서 “우리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고, 부패를 근절시키기 위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 “세월호 인양 여부, 가능한 빨리 결정”
한편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세월호 인양 여부를 가능한 빨리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9일 취임 이후 첫 언론사 합동인터뷰에서 세월호 선체 처리문제에 대해 이 같이 언급했다.
박 장관은 “해양수산부 주관의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테스크포스’가 선체 인양과 관련한 검토 결과를 4월말까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전달하면 이를 토대로 인양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며 “국민들이나 유가족께서 여러 가지로 기대를 많이 하시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인양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박 장관은 “국민 여론이 아닌 공론화를 말하는 이유는 선체인양과 관련한 기술적 검토 결과에 따라서 예산 충당 가능성과 인양에 따르는 위험 여부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큰 아픔을 남긴 ‘세월호 침몰사고’. 이 사고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결해 유사사고의 재발을 막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특별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