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최우선 문화’ 시급히 정착돼야
‘안전 최우선 문화’ 시급히 정착돼야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5.04.22
  • 호수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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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칠 대한산업안전협회 전임교수

 

유치원, 초등학생 대상 조기 안전교육 절실… 관리감독자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인식 필요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고를 겪으면서 ‘안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대형참사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에 비상상황 발생에 따른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학생 등 수백 명의 승객들은 ‘가만히 있어라’라는 선원들의 안내 방송만 믿고 그대로 따랐다.

결과는 ‘대참사’였다. 선원들이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직무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이런 선내 방송을 하고 제일 먼저 탈출했을 리 없었을 것이다. 안전교육은 그만큼 직무능력 향상과 안전의식 배양을 위한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안전, 그리고 안전교육을 등한시 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본지는 20여년간 대한산업안전협회에 재직한 후 2011년부터 안전교육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장명칠 교수를 만나 안전교육의 중요성과 개선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먼저 안전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교육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그리고 산업현장은 물론 우리 생활에서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먼저 안전이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안전을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험상황에 대한 관심,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 근로자에 대한 관심이 바로 안전인 것입니다. ‘아 이대로 방치하면 누군가 크게 다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이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 나서겠지요.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1995년 백화점이 붕괴되는 사상초유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건물 소유자와 관리자는 무엇을 했을까요. 불과 1년 전에 성수대교가 붕괴되는 사고를 목격했는데도 말입니다. ‘남의 일이다’, ‘우리 백화점은 그럴리 없다’는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지요.

즉, 안전교육은 안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안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활동입니다.


Q.우리나라 안전교육의 실태와 개선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안전교육은 법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때문에 한정된 시간 안에 교육 내용을 함축해 전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주로 강의하는 위험예지훈련 교육은 최소 8시간의 교육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론을 전달하고 실습까지 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그 정도입니다. 하지만 관리감독자 교육시간인 16시간 중에는 위험예지훈련 외에도 다양한 교육이 진행돼야 하니 짧은 시간에 함축해서 교육 내용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교육 후에 교육내용을 평가하거나 피드백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교육시간에 대해 ‘잠자는 시간’, ‘쉬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처럼 법정 안전교육 시간이 부족하고, 안전교육 자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에 대한 낮은 인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철저하게 안전교육이 이뤄지고,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인식이 전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면 안전교육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이들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조기안전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하루 빨리 조기안전교육이 시행돼야 안전에 대한 범국민적인 인식이 제고될 것이라고 봅니다.


Q.평소 교육생들에게 강조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사업장 관리감독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헌데 교육을 하다보면 종종 놀랄 때가 있습니다. 사업장 생산현장의 최일선에 있는 관리감독자들이 정착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는 교육시간 동안 위험예지훈련 기법 등 안전기술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로 관리감독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입니다. 최소한 관리자라고 하면 하루 일과 시작 전에 작업자들보다 먼저 출근해서 담당구역을 점검하고, 유해·위험요소를 발굴 개선해야 합니다. 또 개선 조치를 한 후에는 반드시 근로자들에게 교육을 해서 어디가 어떻게 위험한지에 대해 설명해야 합니다. 그만큼 관리감독자는 안전과 관련해서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이지요.


Q.우리나라가 안전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안전경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기업경영에 있어 안전을 우선적 가치에 두고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증진시키는 경영활동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안전경영에서 관건은 경영자가 안전에 얼마만큼의 관심이 있고, 노력을 기울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근로자, 중간관리자가 아무리 안전을 외쳐도 경영자 듣지 않으면 말 그대로 우이독경(牛耳讀經)이 되고 맙니다.

경영자가 ‘안전’이라고 한 마디만 해도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안전관리자, 근로자는 ‘안전 제일’, ‘안전 최고’라고 제창하게 되지만 ‘생산’이라고만 말하면 ‘생산 제일’, ‘생산 최고’라고 응답하게 됩니다. 안전에 있어서 만큼은 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요.

이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아침 조회 때 경영자가 안전 문제를 서두로 꺼내고 지속적으로 관심만 보여도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게 퍼져 나갈 것입니다. 안전경영이 어려운 것이 절대 아닙니다. 조그마한 것부터 안전을 실천하는 것이 안전경영의 시작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Q.끝으로 전국의 안전관계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업장 안전관리자, 안전관리업무 위탁 사업장 담당자, 대한산업안전협회 기관장, 안전교육 교수 등 한평생을 안전과 함께 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안전인들의 처우나 대우가 예전에 비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안전 하나만이 아니고 총무 등 타 업무를 겸직하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안전인들은 남다른 소명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라는 직업정신 말입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 모르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동료의 안전, 동료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파수꾼은 나’라는 확고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쉽게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전국의 안전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며, 여러분이 흘리는 땀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인의 한 사람으로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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