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성적서 일련번호 관리 등 위조 방지책 마련 시급
국내 최대 복공판 생산업체가 지하철 9호선 공사, 김포도시철도, 인천-김포 등 전국 14개 대형 공사현장에 품질불량 복공판을 납품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해당 업체는 품질 검사기관 직원들과 짜고 제품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품질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품질 미달 복공판을 납품한 제조업체 S사 대표 유모(47)씨 등 3명과 공인 품질시험기관 A사 부원장 나모(68)씨 등을 사문서위조 및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산 품질 미달 복공판에 대한 공인 품질시험서를 위조한 뒤 33억원 상당의 복공판 1만4000여장을 전국 14개 공사현장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공인 품질시험기관 A사는 S사 영업팀장 고모(38)씨의 부탁을 받아 복공판 시료에 대한 시험 없이 제품의 하중계수와 미끄럼저항 계수를 높여 기재하는 등 허위 시험성적서 5장을 발급했다. 아울러 고씨의 지시를 받은 S사 부하 직원은 시공업체에 제출할 용도로 시험성적서 5장을 추가로 위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공판 제조업체 S사는 워크아웃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직접 복공판을 수입하기 어렵게 되자 유씨의 조카 명의로 유령회사를 설립한 후 중국으로부터 복공판을 수입해왔다. 이와 함께 중국 측 제조업체에 국내산 복공판과 비슷한 모양으로 제작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국내 반입한 복공판은 중국산임을 알지 못하도록 수입확인 라벨을 떼어내고 도색한 뒤 S사가 생산한 것처럼 라벨을 부착했다. 이어 납품받는 업체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국내산 복공판을 일정비율로 섞어서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김포도시철도, 인천-김포 민자고속도로, 부산 천마산터널, 수원-인천 복선전철 등 중국산 복공판이 납품된 모든 공사 구간에 공사차량은 물론 일반차량도 통과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지자체 등 관리·감독 기관의 실태파악과 현장점검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는 “품질 시험성적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하고 수급업체 및 감리의 품질검사가 형식적으로만 실시된다는 문제가 발견됐다”며 “시험성적서를 일련번호로 관리하는 등 위조를 방지하고 형식적 품질검사에 대한 관리 및 감독 등 체계 마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 및 개선방안 등을 유관기관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