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임금피크제 ②

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60세 정년이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 확산이 정부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수많은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60세 정년연장을 안착시키기 위해 임금피크제의 확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앞으로 7회에 걸쳐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논란이 무엇인지, 도입에 따른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정부가 내놓은 세대 간 상생고용지원대책이 진짜 청년고용 확대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진단하고자 한다.
<정리=채정민 기자>
임금피크제와 청년고용 문제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순탄하게 흐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서로 양보하면 세대간 일자리 연대가 가능할 것 같지만, 고용시장에서 이들의 일자리 수요 자체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경우 이들에 최대 연 1080만원까지 지원한다고 해도, 막상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두 세대간 고용 대체 가능성 적어
정부 대책의 핵심은 고령자의 임금을 절감하는 비용으로 청년들을 새로 뽑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대간 업무 숙달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대체되는 영역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숙련된 근로자가 할 수 있는 일과 신입 근로자가 하는 일에는 애초부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012년 내놓은 ‘기업의 정년실태와 퇴직 관리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중·고령자 고용의 증가가 청년층 고용 감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세대간 고용대체가설은 성립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에 앞선 노동연구원의 2011년 ‘세대간 고용대체 가능성 연구’에서도 청년층 인구가 급감함에도 불구하고, 고령취업자가 증가하면 청년취업자가 감소한다는 세대간 고용대체와 관련된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
◇정부 지원금, 대기업들만 혜택?
게다가 정부의 월 90만원 지원금이 자칫 혈세만 낭비하고 실질적 효과는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기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 조사대상 9034개 사업장 중 9.4%(849개)에 불과하다. 아직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 중 도입계획이 있는 사업장의 비율은 27.8%(2273개) 수준으로 규모가 클수록 도입계획 비율이 높았다.
규모가 커서 인력 채용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여기에 정부 지원금까지 주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신규 채용이 불가능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은 소규모 기업들은 지원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자칫 어차피 뽑아야 할 사람을 뽑아놓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라며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고령자의 임금을 절감하는 동시에 신규 채용에서 혜택을 보게 돼 양 손에 떡을 쥐는 경우가 생긴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인센티브가 신규 고용 창출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기업에게 세제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일자리 창출을 유인한 적이 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기업들에게 법인세 등을 감면해 준 결과는 새로운 일자리가 아니라 사내 유보금 확대로 나타났다”라며 “청년실업 문제는 지금까지 정부가 기업들에 혜택을 주지 않아 생긴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제도 도입 기업에 당근을 주기 보다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도 청년고용을 하지 않는 기업들에 패널티를 주거나 고용할당제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도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정책본부장은 “정부 추진안이 있는 것이 없는 것 보단 낫지만 이 방안으로 고용이 늘어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게 일자리가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으로서는 내년부터 60세 정년 연장제도가 시행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본부장은 “인력을 60세까지 조직에 둬야 한다는 법적 의무가 생긴 마당에 지원금을 준다고 청년 고용을 늘릴 기업이 얼마나 있겠느냐”라며 “고령자와 청년 모두를 늘릴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기사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