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를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일
메르스 사태를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일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5.06.10
  • 호수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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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메르스 곧 ‘중동 호흡기 증후군’으로 온 나라가 큰 두려움에 싸여 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늘고 격리 대상자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지역 또한 몇몇 시도를 제외하고 사실상 전국에 걸치게 되었다. 서울과 경기의 일부 지역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곳들이 한산해지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의 사태에서 우리 각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불안과 불만을 키웠던 초기의 보름여동안은 안위를 위협받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련 소식을 서로 주고받는 긴요한 일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바이러스를 막는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메르스 관련 소식을 주고받는 일을 유언비어 확산이라며 금지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분개하기도 해야 했다. 낙타 고기 운운하는 방책(?)이나 ‘때늦은’ ‘긴급’ 재난 문자를 통해 온 국민이 다 아는 빤한 이야기를 내놓는 작태에 대해서 혀를 차기도 했다.

환자의 확산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진정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병원과 감염자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 전문가들이 일체가 되는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가 잡히기 시작하였으므로, 우리의 대응 또한 이에 맞게 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고 건강에 유의하는 것이야 이 모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야겠지만, 정부가 국민을 불신하듯이 정보를 통제하던 때에 필요했던 행동을 계속할 필요는 없다 하겠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메르스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사태에 맞게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해야겠지만, 바이러스의 발현 가능성이 시간적으로 볼 때 없어졌거나 의심 환자의 동선과 무관한 지역에서는 일상생활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크고 작은 각종 정치 문제들도 풀고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이며, 경제에 큰 타격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럴 수 있도록 상황이 정리되는 것이 우선인데,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보건 당국이 메르스의 확산을 막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 모든 힘을 쓰는 것이 첫째임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는 차원에서라도 사태가 더는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의 모든 담당자들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의 무게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갖고 노력하리라고 기대해 본다.

둘째는, 우리들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이고 해야 하는 것으로서, 우리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불필요한 혼란을 없앨 수 있는 ‘믿을 만한 논의’를 요청하는 일이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들이 신뢰를 갖고 따를 수 있는 합의가 마련되어야 하는바, 이를 위해서, 관련 분야의 과학자들이 사태를 정리하여 불필요한 두려움을 없애 줄 이야기를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메르스 환자들이 발생한 병원이 있는 지역 전체가 텅 빈 유령 도시처럼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말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의 그릇된 행태를 교정해 줄 믿음직한 이야기를 과학 전문가들이 해 주어야 한다. 경계가 지나치면 호들갑을 떠는 게 되어 일상을 망가뜨릴 것이고, 필요한 경계조차 없다면 스스로 잠재적 감염자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맹목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될 터이다. 이러한 두 가지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전문가들의 담론이 주어지고 확산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유언비어를 없애고 상황을 안정시키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다.

정보가 통제된 상태에서 우리가 느꼈던 불안이 컸음을 잊지 말아야 함과 더불어 우리가 꼭 기억해야만 하는 또 하나의 사실은, 광우병 소고기 사태나 황우석 사태 등에서처럼, 올바른 정보, 권위 있는 논의가 제때에 마련되지 않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국가 사회 차원의 혼란에 다시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언제나 소통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정작 필요한 소통이란 정확한 사실 판단에 근거한 권위 있는 담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된다는 사실이야말로 더욱 분명하고도 한층 중요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말하게 해야 한다. 언론이 그들의 발언의 장을 마련하고 우리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안심할 수 있게 될 때 일상이 회복되고 필요한 업무들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바로 그러할 때에야, 아직 완쾌되지 않은 환자들이 있더라도, 주변국들의 불안이 가라앉고 외국인 관광객들 또한 안심하고 우리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 우려했던바 국가 신인도 추락의 불명예나 그에 따른 유무형의 막대한 피해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는 자야말로 가장 큰 바보라는 말이 있다.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지 겨우 일 년밖에 되지 않았고 그 진상조사를 위한 특위의 활동은 여태 시작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메르스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정부의 초동 대처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 통탄할 만한 일이지만, 보건 당국이 그러한 바보짓을 했다고 우리들 국민 또한 그래도 되는 것은 아니다.

전염병이 잡히고 환자들이 완쾌된 뒤에, 우리들 스스로 후회하게 될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공론이 공론답게 되도록 우리 모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권위 있는 사람들이 말하게 하고 그것으로 공론장을 채워야 한다. 이는 국민들을 위한 국민의 언론을 만드는 일이기도 해서, 보건 당국이 책임을 지고 바이러스를 잡게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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