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건설·운영에 안전 최우선 원칙 준수

국내 최고령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폐로(廢爐)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제12차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고리원전 1호기의 폐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원전산업의 시작을 알린 고리원전 1호기는 폐로의 길로 들어서는 국내 첫 원전이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원자력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고리원전 1호기의 가동중지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58만7000KW급인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08년 1월, 30년간의 설계수명이 다해 잠시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다 당시의 전력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그해 1차로 설계수명을 연장받아 10년 재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폐로 결정으로 고리원전 1호기는 2017년 6월 18일까지만 가동된 후 폐쇄된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계속운전’과 ‘영구정지’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일부에서는 한수원의 자체 안전성과 경제성 분석결과를 토대로 계속운전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 1호기는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실시한 안전성평가 결과에서 원자력안전법상 기준인 158개 항목을 모두 만족했다. 또한 한수원은 2차로 수명연장을 할 경우 판매단가 등에서 1792~2688억원의 이득이 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반면 반대측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원전비리 등으로 원전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극히 낮은 상황에서 고리 1호기를 영구정지해 신뢰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앞으로도 원전건설과 운영에 있어 안전 최우선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1개 노후원전에는 어떤 영향?
정부가 한국 최초의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의 가동을 영구정지키로 한 가운데 설계수명이 끝나는 노후원전에 대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리원전 2호기를 시작으로 2020년대에 접어들면 30년이나 40년의 설계수명을 다하는 노후원전이 11개나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논란 끝에 1차로 설계수명이 연장된 월성 1호기는 2022년 11월 20일,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8일까지 가동이 만료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안전성 등을 이유로 노후원전의 폐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도가 더 심해졌다.
특히 고리 1호기의 폐로를 노후원전의 폐로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원전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3일 고리원전 1호기 폐로와 관련해서 ‘6·13 탈핵시민행동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삶의 자세를 돌아보는 성찰의 분위기가 일었다”며 “수명이 다한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원전위주의 에너지정책도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가 이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는 노후원전에서 잔고장이 빈발해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원전 고장건수 15건 중 8건이 11개 노후원전에서 나왔다. 올해들어 발생한 3건 중에서 2건(월성 4호기, 한빛 2호기)도 노후원전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정부입장에서는 수명이 다했다고 노후원전을 영구정지시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11개 노후원전을 만료일에 모두 폐로한다고 가정하면 정부가 2029년 설비용량으로 예측한 13만6684MW에서 9100MW가량이 부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고리 1호기의 폐로 결정이 다른 노후원전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에너지의 수급 현실이나 산업 경쟁력에서의 전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전기료가 대폭 인상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번 폐로 결정은 고리 1호기에 한정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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