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20주기…건축물 안전 여전히 허점투성이
삼풍백화점 붕괴 20주기…건축물 안전 여전히 허점투성이
  • 채정민 기자
  • 승인 2015.07.01
  • 호수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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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현장 지휘하는 구심점 부재, 지금도 허술하긴 마찬가지


지난 6월 29일은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지 20주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20년 전 그날 서울 시민을 비롯한 온 국민은 서울 강남 백화점의 ‘빅3’로 꼽혔던 삼풍백화점의 갑작스런 붕괴소식에 넋을 잃었다. 성수대교가 어이없이 무너진 지 불과 1년만의 일로, 국민들은 연이은 대참사에 화를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자성의 움직임이 일었고, 나라 전체에 만연했던 ‘부실’을 떨쳐내기 위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20년의 시간이 지났다. 과연 이 긴 시간 동안 우리나라는 변했을까. 어느 누구도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아직까지도 안전불감증의 먹구름으로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에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리고자 20년 전 삼풍의 비극을 재정리해봤다.


◇아비규환과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그곳

삼풍백화점은 1987년 착공에 들어가 1989년 문을 열었다. 지상 5층, 지하 4층을 모두 포함해 8500여평의 규모를 뽐냈고, 하루 평균 1만명 이상 고객이 왕래하는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

참사는 삼풍백화점이 문을 연 지 5년여 만에 벌어졌다. 5층 식당가 천장에 균열이 발견된 지 2개월만이었고, 경영진들이 이에 대한 회의를 열어 영업 강행 결정을 내린 후 백화점에서 빠져나간 지 17분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삼풍백화점은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께 무너져 내렸다. 가장 붐비는 시간대로, 1000여명의 고객과 500여명의 직원들이 그곳에 있었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자 전쟁터였다. 건물 파편이 인근 법원 건물까지 튀었고 유독가스가 치솟았다. 어렵게 건물을 탈출한 사람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하기 위한 구급차와 소방차 등 차량 수백대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와 건물의 추가 붕괴위험, 부족한 구조 장비 때문에 구조는 난항을 겪었다.

장애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일사분란하지 못하고 허둥지둥되는 구조활동체계도 문제였다. 수많은 구조대원 등이 투입됐음에도 구조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때문에 구조 활동 현장을 지휘하는 구심점이 없었다는 지적이 지금까지도 따라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기적의 생존자들이 나왔다. 최명석(당시 20세), 유지환(18세), 박승현(19세)씨가 각각 11, 13, 17일 만에 구조됐다. 하지만 박씨 이후 추가 생환자는 없었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502명의 사망자와 937명의 부상자, 6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수치는 세계적으로도 대형 건축물사고 기록에서 인명피해 부문 상위 3위에 올라있다. 1위는 2001년 미국 세계무역빌딩 붕괴사고(사망 2763명)이고, 2위는 2001년 방글라데시 라나 프라자 공장건물 붕괴사고(사망 1100명, 부상 2500명)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무리한 증축공사, 붕괴징후 알고도 무시

삼풍백화점은 사실 종합상가 용도로 설계가 됐었다. 하지만, 별도의 정밀진단 없이 백화점 용도로 바뀌었다. 완공 이후에도 무리한 증축공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 1994년 11월 위법건축물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준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 감사는 당시 붕괴사고를 촉발한 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건물 준공 이후 무분별한 내부 리노베이션으로 인한 하중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붕괴 징후를 파악하고도 상황을 회피했을 뿐 붕괴 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 감사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겪으면서 제정된 법률이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이다”라며 “시특법을 20년간 운용한 결과 주요 국가기반시설물인 1·2종 시설물의 안전성은 상당부분 확보됐고 이후 유지관리 차원의 대형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공 중인 시설물의 붕괴사고 및 안전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라며 “법에서 안전진단 대상으로 의무화하지 않은 종외시설물, 소규모시설물 및 개인소유의 재난 시설물들에 대한 안전조치 필요성은 이미 대두됐거나 향후 대처해야할 부분으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시공사가 공사 중에 안전점검 용역을 발주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감사는 “공사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확인하는 안전점검 발주대가가 공사비에 포함되면서 시공사가 발주자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어, 객관성 있는 안전점검과 부실에 대한 철저한 지적이 어렵다”라며 “공사 중 안전점검에 대한 발주를 시공사가 아닌 발주자가 직접 하도록 개선한다면 현장의 안전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건축법과 건축사법 개정 등 현실적인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서울경찰청 소속 원인규명 감정단 위원이었던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건축법은 건축 각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자인 전문가인 건축사가 구조안전을 포함한 모든 건축설계를 독점하도록 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법 개정이 밥그릇 싸움처럼 여겨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구조기술사가 설계·감리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완해 안전과 디자인이 동등한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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