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본지는 해외재해예방사업에 대한 현황과 국내재해예방기관들의 현재 역량, 재해예방기관들이 해외진출에 앞서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짚어봤다.
변화하는 해외현장
불과 수년 전만해도 대부분의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현장의 경우 재해가 발생해도 국내에서의 사고만큼 이슈화가 되지 않다보니 안전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특히 국내 건설사의 주된 해외진출국이 우리나라보다 못한 후진국이다 보니 사고 수습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을 부추겼다.
헌데 이랬던 분위기가 최근 들면서 급격히 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초 D건설사는 자사의 알제리 신축공사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즉각적으로 재해사실을 공표하고, 대한산업안전협회에 해당 현장에 대한 안전진단을 의뢰했다.
이같은 모습은 최근 수년 동안 활발한 해외진출을 보인 D중공업에서도 나타난다. D중공업은 약 6개월에 걸쳐 전 세계에 있는 자사의 해외현장을 대상으로 집중 안전진단 및 점검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재 함께 점검에 나설 재해예방기관을 물색 중이다.
높아진 위상 따라 안전도 강화돼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위에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603개 건설사가 전 세계 103개 국가에 진출해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지난 8월 24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금년 8월 말 기준으로 500억 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치였던 작년 한해 실적(491억 달러)을 넘어섰다.
이제 우리나라 건설사는 더 이상 국내에만 국한된 건설사가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이 된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도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맞게끔 신뢰성 있는 모습을 보이려 안전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통신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예전에는 해외 소식을 알 수 있는 루트가 얼마 없다보니 해외 현장에 대한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등 세계 각지를 연결하는 통신망이 발달돼 있다 보니 해외 현장에서의 사고 소식이 실시간으로 국내에 알려지고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해외 현장의 안전사고 역시 소홀히 다룰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자율·타율 반반으로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현장에 대한 안전관리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때문에 이와 맞물리면서 향후 민간재해예방기관들과의 업무 협조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그간 국내 재해예방기관들의 해외 현장 점검 사례가 거의 없다보니 이들 기관이 해외현장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점검을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진출 앞서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국내재해예방기관과 관련 전문가 등에 따르면 기술적인 면에서는 해외현장에 대한 점검도 무리가 없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기술 외의 사항 즉 의사소통, 소요비용 등은 국내 재해예방기관의 해외진출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재해예방기관의 안전진단 및 검사 담당자들은 대부분이 관련 영역에만 특화된 능력을 갖고 있는 기술자들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 외국어가 서툴 수밖에 없다. 현장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거나 현장에 대한 검사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원만한 외국어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런 능력이 미흡한 상황인 것이다.
안전진단 및 점검에 소요되는 비용도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때 국내현장의 경우에는 재해예방기관에 진단이나 검사비용만 지불하면 되지만 해외현장의 경우에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검사원들의 교통비 및 체류비까지 지불해야 한다. 또 기업들은 자신들보다 해외 진출 경험이 적은 재해예방기관이 과연 해외현장에 맞는 안전진단 및 점검을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갖고 있다.
즉 기업들이 들인 비용만큼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해외현장에 대한 안전진단 및 점검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성화된 검사기법 나와야
위에서 짚어본 사항들을 종합해보면 국내재해예방기관들이 시급히 보완해야 할 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의사소통 문제’와 ‘소요 비용 문제’, ‘신뢰성 있는 해외 현장 맞춤형 안전검사 시스템의 개발’ 등이 그것.
이를 감안해 국내 재해예방기관들은 먼저 외국어에 능통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재해예방기관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점검이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또한 기업입장에서도 해외검사팀에서 통역인원을 줄일 수 있으니 그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얻게 된다.
‘해외 현장에 대한 맞춤형 안전진단 및 검사 기법’의 개발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지속적으로 해외 현장에 대한 시찰을 늘리고, 관련 연구를 강화할 필요가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근로자 구성, 기후, 각국의 산업안전법 등의 변수마저 통제할 수 있는 ‘해외현장에 특화된 안전진단 및 검사기법’을 갖추게 된다면 기업으로서는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해도 기꺼이 손을 내밀 것이다.
‘해외 현장 맞춤형 안전검사 기법’ 개발 시급
권병화 대한산업안전협회 건설안전본부 팀장
국내 재해예방기관의 해외시장 진출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재해예방기관들이 이같은 시류를 원만하게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권병화 대한산업안전협회 건설안전본부 팀장을 만나 국내 재해예방기관의 가능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국내 재해예방기관의 현황과 개선사항은?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를 해봐도 우리나라재해예방기관의 기술적인 역량은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의사소통과 해외시장에 대한 실전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 시점에서부터 ‘해외 현장 맞춤형 안전진단 및 검사 기법’의 개발을 서둘러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력은 우수하긴 하나 일반적인 것입니다. 우리만의 것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근로자 구성, 현장의 공정현황, 나라별 산업안전법 등을 반영해 만든 우리만의 해외 현장 맞춤형 기법이 있다면 해외 시장에 보다 원활히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런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갖춰지면 현재 소요비용으로 인해 해외현장에 대한 검사를 망설이는 국내건설사는 물론 후진국의 현지 법인 현장도 끌어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높은 비용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이라는 것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Q. 국가별로 법규나 기준이 다 틀린데 진출에 어려움은 없나?
나라뿐만이 아니라 주마다 법규나 기준이 틀린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진단 및 점검을 실시하는 것은 무조건 법에 따라 진행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점검은 위험성을 기준으로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추락의 위험이 있는 곳에 몇 cm의 안전난간을 설치해 놓았느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난간이 추락을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을 하느냐 못하느냐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향후 기준이나 법규 등을 엄격히 적용하는 선진국의 현지 법인 현장에까지 진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을 때 이러한 부분에 대한 조사 및 분석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 때 앞으로 국내재해예방기관은 크게 3단계의 단계를 밟아가며 해외시장 진출의 폭을 넓혀 갈 것입니다. 우리건설사의 해외 현지 현장, 후진국의 현지법인 현장, 선진국의 현지 법인 현장 등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건설사의 해외 현지 현장, 후진국의 현지법인현장은 현재의 우리 기술력과 운영 시스템만으로 충분한 점검 및 진단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선진국의 현지 법인 현장은 상당히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나라별 법규와 기준, 문화적 특성 등을 연구·조사해 데이터베이스화 해놓는다면 향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해외진출에 따른 파급효과는?
후진국에 진출하든 선진국에 진출하든 상관없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선진국에 진출을 하게 된다면 우리보다 우수한 부분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안전관리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됩니다. 또 후진국에 진출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우수한 우리의 안전관리역량을 전수해줄 수 있기 때문에 ‘생명존중’ 차원에서 그 나라의 안전문화를 높이는데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