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설치물 중 98.7% 기준 미달
운전자·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과속방지턱이 오히려 운전자나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서울시내 생활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 375개를 조사한 결과, 370개(98.7%)가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 재설치가 필요하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규격에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설치 후 유지보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속방지턱은 야간이나 우천 시 운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유리알 등을 섞은 반사성 도료로 도색되어야 한다.
하지만 조사결과 370개가 도색이 벗겨져 있는 등 반사성능이 미흡해 재도색을 필요로 하는 상태였다. 보통 과속방지턱의 재도색 기준은 백색 100mcd/(m2·Lux), 황색 70mcd/(m2·Lux)이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의 검사결과 재귀반사명시도는 백색의 경우 평균 28.73mcd/(m2·Lux), 황색의 경우 평균 15.26mcd/(m2·Lux)으로 기준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재귀반사명시도는 운전자가 과속방지턱을 식별할 수 있는 빛의 반사 수준을 말한다.
재귀반사성능이 낮을 경우 우천 또는 야간운전 시 과속방지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과속으로 통과할 수 있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차량 파손과 운전자의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설치기준을 지키지 않은 과속방지턱도 전체의 62.1%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호형 과속방지턱 327개 중 203개(62.1%)는 높이와 길이 등 설치기준을 지키지 않았으며 파손 등 형상이 변형돼 보행자가 걸려 넘어지거나 자전거, 오토바이에 위협이 되는 곳도 41%(134개)로 확인됐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와 소비자원이 공동으로 모의주행 시험 결과, 설치기준에 맞지 않는 과속방지턱을 넘을 경우 승용차는 속도와 관계없이 하부(서브프레임)가 지면과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스포트유틸리티차량(SUV)차량은 휠얼라이먼트가 틀어졌다.
특히, 비스듬히 앉거나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등 불안정한 자세에서 과속방지턱을 과속으로 통과할 경우 탑승자의 부상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과속방지턱 관련 위해사례는 3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과속방지턱에 보행자나 자전거가 걸려 넘어져 다친 사례가 2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차량 에어백 터짐 등 차량파손 또는 운전자가 부상을 입은 사례는 5건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운전자가 차량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속방지턱을 통과하는 경우 차량파손 뿐만 아니라 탑승자와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관련 부처에 설치기준 보완 등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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