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보행자 있는지 살피지 않은 과실 있어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 길을 건너던 자전거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차량 운전자의 손해배상 책임이 60%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자전거 운전자 A씨의 유족들이 버스운전사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차량 진행신호에 A씨가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사고가 발생했지만 당시 김씨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 근접할 때까지 차량 정지신호 및 보행자 신호가 켜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재확인했다.
이어 재판부는 “다른 차선의 차들도 정지선 앞에 정차한 상태에서 보행자가 건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라며 “김씨는 횡단보도 진입 전 속도를 줄이지 않은 것은 데다, 신호가 바뀌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는지 전혀 살피지 않고 진입을 한 만큼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자전거를 탄 A씨도 신호등의 잔여시간 표시 눈금이 1개 정도 남은 시점에 횡단보도에 진입하여 사고를 당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 같은 과실은 사고의 발생 및 손해가 커지게 된 원인이 됐기에 김씨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광역버스 운전사인 김씨는 지난해 5월 2일 오후 7시 49분께 서울 강서구 공항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건너던 A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당일 김씨는 횡단보도 정지선 앞 8~9m까지 차량 정지신호 및 보행자 신호가 켜져 있고 다른 차선의 차들이 정차하고 있지만 신호가 곧 바뀔 것을 예상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운전하다가 A씨를 치었다.
김씨는 재판에서 “사고는 전적으로 A씨의 과실로 발생했고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의 유족은 김씨에게 사고의 원인이 있다며 4억여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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