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권도엽 공동대표

안전에 대해 책임지는 문화 조성돼야
최근 국민안전처의 출범,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의 추진 등으로 인해 안전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시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맞게끔 국민생활 속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은 그 움직임에 중심이 되고 있는 단체다. 특히 기존의 송자, 최병렬 공동대표 외에 올해 3월에는 권도엽 前국토해양부 장관이 공동대표로 선임되며, 범국가적인 안전생활실천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권도엽 공동대표에게서 우리나라의 안전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공동대표님과 안실련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안실련은 지난 1996년 창립이 되었으니, 벌써 내년에 창립 20주년을 맞게 됩니다. 1990년대 초·중반에 발생된 안전사고들, 즉 구포역 열차사고, 아시아나항공기 추락사고,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이 발생한 시점에 “안전한 나라를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가 앞장서 안전사고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신념 아래 창립되었습니다. 저는 이제서야 함께 하고 있지만, 저 외에 송자 대표님과 최병렬 대표님은 창립 때부터 안실련을 이끌어오셨습니다. 현재 안실련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의 15개 지역안실련이 지역사회의 안전문화 전파를 위해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부설기관으로는 안전문화원, 안전정책연구소, 어린이교통안전봉사대 등이 있습니다. 특히 어머니안전지도자중앙회에는 숙련된 2,000여분의 강사 회원들이 전국에서 연간 어린이와 어르신 70여만명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Q. 안실련의 활동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일상에서의 안전이 생활화되었을 때 사고가 줄어들고, 이를 통해 나와 가정,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간 우리 안실련은 교육과 캠페인 등 다양한 안전계몽활동을 통해 국민의 안전의식을 개선하는데 앞장서 왔습니다. 그리고 안전관련 법 개선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통해 도로교통법 상에 관련사항이 포함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쓰이는 산재예방기금이 없어지려던 것을 노총을 포함한 관련단체들과 함께 막아내려는 노력도 전개한 바 있습니다.
Q. 안전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4,7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보험통계로 인한 부상자는 150만명이 넘습니다.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2013년도를 기준으로 도로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비용은 무려 24조 444억원으로 국가 총예산의 10.2%를 넘는 규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 역시 심각한 수준입니다. 1년 동안 산업재해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이 매년 18조원을 상회한다고 합니다. 이는 부산시의 2년간 예산에 해당하는 비용이자, 연봉 2,000만원의 근로자 94만 5천명을 신규로 고용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자연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03년 제14호 태풍 매미의 경우 117명 사망, 13명 실종 등 총 130명의 인명피해와 4조 2,225억원에 이르는 재산피해를 냈습니다. 이재민도 2만여명 가량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이들 사례들을 보면 안전은 낭비가 아니라 투자라는 말이 실감 나실 것입니다. 선진사회 진입을 위해서는 안전이 낭비라는 구태를 벗어내는 게 관건입니다.
Q. 우리나라 안전문화의 수준을 평가해주신다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일본의 유력 언론인 아사히신문은 “한국이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길은 아직 멀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은 아직도 실종 상태입니다. 사고 후 우리는 충격과 공포, 비탄에 빠졌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된다며 국가 안전관리시스템을 손질하고 새로운 정부 부처인 국민안전처를 탄생시켰으며,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안전이 우선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1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요. 외신에서 보는 눈은 매우 냉정합니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세월호 사고의 유통기한은 6개월뿐이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우리 안실련에서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이 법에 해당 업종으로 포함되면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합니다. 또한 소방안전교육을 받아야하고 불연재료를 사용해야 할 의무도 생깁니다. 그런데 가장 불을 많이 사용하는 음식점이나 제과점의 경우 1층이라는 이유로 이 법에서 제외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고, 화재의 위험도 가장 높은 곳인데도 말이지요. 이들 업종을 포함하려 해도 정부에서는 업무가 늘어난다며 반대하고 있고, 업소에서도 규제라며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의 안전문화 수준이며 현실입니다. 의당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 부처는 등을 돌리고 있고, 현장에서도 작은 귀찮음 때문에 안전시설도 점검도 교육도 받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 점만 봐도 안전문화를 위해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Q.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제는 우리나라도 어엿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배부른 소리로만 들렸던 ‘삶의 질’을 따지는 시대가 온 것이지요. 하지만 덩치만 커졌지 아직 안전문화에 대한 마인드는 분명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안전에 대해 책임지는 문화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고 싶습니다. 사고가 발생하여 사람이 다치고 사망하는데도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과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그리고 최근의 세월호 참사까지 과연 잘못에 대해 얼마나 책임졌는지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월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 혁신 종합계획’에 대해 경제단체에서는 “사업주의 규제와 처벌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반대의견을 개진한 바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07년 ‘기업과실치사 및 살인법’을 제정했습니다. 기업 등이 주의의무를 위반해 근로자가 숨지면,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상한이 없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이후 영국의 산업재해율은 크게 감소해왔습니다. 영국은 산재사망률이 우리나라보다 30배나 낮은데도 말입니다.
본인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엄격하게 잘못을 묻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안전을 낭비가 아닌 투자로 인식하고, 꼭 지켜야할 우리 삶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Q. 그 외에 정책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체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저도 인지하고 있고, 또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것은 바로 예방입니다. 사전에 충분히 안전점검을 실시했더라면, 매뉴얼대로 선적을 했더라면, 선원들에 대한 안전교육과 대응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었더라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크게 줄었을 것입니다. 설사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피해는 대폭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점에서 볼 수 있듯이 대응과 복구보다는 예방이 우선시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적 방향도 사고예방시스템 구축과 예방문화 확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향후 안실련의 계획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외적으로 안전교육을 보다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현재 여러 단체에서 안전과 관련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분야별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 안실련에서는 올해 안전교육 강사 민간자격증 취득과정을 개설하려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강사들의 지식과 교수법을 한층 심화시켜 보다 양질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강사 양성 외에도 안전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교재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함께 보급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안전관련 정책 및 제도개선에도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우선 산업재해 예방의 거대한 장애물로 남아있는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개정 또는 폐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시행 중인 기업살인법이 우리나라에도 조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 총선을 맞아 정당 및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안전관련 공약을 제공하고 이를 채택케 함으로써 향후 4년간 안전분야가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특히 당선자 분들 중 관심있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국회 안전연구모임을 출범토록 지원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Q. 끝으로 안전과 관련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할 때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안전이라고 합니다. 매일 숨 쉬는 공기와 같은 것이지요. 당해봐야 그 중요성을 알지만 이미 때는 늦습니다. 안전은 넓은 의미에서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을 지키는 것처럼 소중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앞으로 안전을 생활화하는데 국민여러분께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전국의 안전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의사는 병이 나고 다친 사람을 살리지만, 안전관련 부처에 계신 공무원분들이나 산업현장 안전관계자분들은 병이 나고 다치기 전에 소중한 국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정말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 계십니다. 안실련 공동대표로써 경의를 표하고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안전에 대한 철저한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안전문화가 정착되는데 앞장서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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