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문제
미래의 문제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5.10.07
  • 호수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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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경영학의 그루 중 한 명인 피터 드러커가 지난 세기말에 21세기의 진정 새로운 현상으로 힘주어 강조한 것은 선진 세계에서의 출산율 감소였다. 달리 말하자면 고령화 사회의 도래라 할 것인데, 이를 완전히 새로운 문제라고 파악하면서 드러커는 기업은 물론이요 모든 사회 조직에서 그에 따르는 변화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선진 세계에서의 출산율 감소야말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라는 파악은, 그것이 인류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는 데 근거한다(피터 드러커, 이재규 옮김, 『21세기 지식경영』, 한국경제신문, 2002).

피터 드러커의 진단은 우리 모두가 주목할 만한 사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 세대가 줄어들고 노인들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고령사회가 역사상 유례없는 것인 만큼, 그러한 상태가 우리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사실 아무도 알 수 없는 까닭이다. 미래가 원리적으로 열려 있는 것이라 해도 사람살이의 양상이란 것이 어느 수준에서는 항상성을 가져 왔기에, 지금까지 우리는 역사의 이해에 기대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사람살이의 구조가 급속하게 조성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물론 우리보다 먼저 이러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일본이나 서구의 몇몇 나라들을 살펴 우리의 앞길을 예측해 볼 수 있으리라 여겨 다소 느긋해 할 수도 있다. 그들 나라에서 어떠한 양상이 벌어져 왔으며 그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이고 그 효과는 어떠했는지 등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처방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더 큰 문제는, 사실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층 심각한 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데서 온다.

우리나라는 이미 21세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이 맥락에서 미래 전망이 더욱 어두운 것은, OECD 국가 중 최저에 해당되는 출산율 저하 상태가 지속됨으로 인해, 10년 뒤인 2026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사실이다. 2018년에 고령사회가 된 뒤 불과 8년 만에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고 2050년이면 노인 인구가 37.3%가 되어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 한다(유엔·일본 국립 사회보장 인구문제 연구소, <인구통계 자료집>, 2005). 요컨대 고령사회의 진행 속도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빨라서, 조만간 다른 나라의 경우를 참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고령사회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진단이 나오고 대처 방안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주문들이 행해지고 있지만, 현실의 사정은 오히려 악화되는 것 같다. 고령사회화의 근본적인 대책은 넓은 의미에서의 복지일 터인데, 우리나라에서 복지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만 화두로 부각되었을 뿐 그 이후로는 축소 일로에 있는 까닭이다. 이를 보면, 급속한 고령사회화야말로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문제라는 의식이 위정자는 물론이요 정치권 일반에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나 경제민주화가 권력 쟁취용 캐치프레이즈로만 활용되고 금방 버려진 것이야말로, 사회 공동체의 미래를 깊이 걱정하고 제대로 대비하는 지도자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하겠다.

민주화 이후의 모든 정부가 맹목적이다 싶을 만큼 빠른 속도로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편입되는 방향으로만 질주해 온 것이 이러한 상황을 낳은 근본적인 요인이다. 세계 자본의 논리와 강요에 따라 IMF 사태를 수습해야 했던 정황을 인정한다 해도, 20년 가까이 아무런 반성 없이 신자유주의의 방향으로만 달려 온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 주위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그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노동자의 반 가까이가 비정규직 상태에 놓이면서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복지의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 도처에서 말없이 죽어가고 있으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하여 윤리와 법의 경계를 넘어서는 상태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든가 교육이 사회적 계층 상승의 통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거나 대기업 친화적인 정책이 낙수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 등은 문제로 의식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사회에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으며, 정치인들은 소명을 잊고 권력자는 책임을 잊은 상태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국가가 권력을 위한 장치로 전락하고 시민사회는 동물의 왕국으로 변한 상황에 우리가 놓여 있는 것이다.

상황은 이러해도 우리는 살게 마련이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우리들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고민하고 생각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뜻을 모으고 마음의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인데, 이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항이 바로 ‘미래’이다. 직장생활을 그만둔 뒤에도 무려 30년 이상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의식해야 한다.

한 개인이 그 기간의 평안을 구하고자 하면 각종 연금을 붓는다거나 하는 방안에 생각이 미치는 것으로 충분하겠지만, 사회적 위화감이 계속 증대되는 한 그것으로 우리의 행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국가 차원의 복지가 더는 헛된 구호처럼 악용되는 것을 주권자로서 막아내는 한편,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개인의 내적 행복을 위해 갖추어야 하는 것은 또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첫째 사항을 위해서는 ‘이기적이고 주체적인 시민’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뒤의 두 가지를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우리 현실에서는 새롭되 인류 문명에서는 사실 가장 오래된 것, 우리 시대의 경제논리를 굽어볼 수 있게 해 줄 진정한 인문 정신과 예술 감각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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