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의장으로 이회성 고려대 교수 당선

20년 이상 IPCC 내 중책 맡으며 국제 협력 강화에 큰 역할
기후변화 국제기구에서 한국인 수장이 최초로 배출됐다.
정부는 지난 7일 이회성(70) 고려대 교수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UN) 산하 국제기구의 차기 의장으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올해 2월 의장직에서 사임한 라젠드라 파차우리(Rajendra Pachauri) 의장의 뒤를 이어 IPCC를 이끌게 된다.
미국, 벨기에 등 6명의 후보가 출마한 1차 투표에서 상위 2명 내에 들어 결선 투표에 나선 이 교수는 벨기에의 장 파스칼 후보를 22표 차이로 누르고 최종 당선됐다. 이 교수는 기업 및 산업 부문과 보다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며 일자리 창출, 보건, 빈곤감축 및 기술발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약했다.
이 교수의 최종 당선으로 한국은 전 세계 기후변화 연구에서 독보적인 권위를 갖는 국제기구의 수장을 처음으로 배출하게 됐다.
그간 정부는 외교부·환경부·기상청으로 꾸려진 추진단을 꾸리고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민간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이 교수의 의장 진출을 지원해왔다.
관계부처는 장·차관, 청·차장 면담 시 지지를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민간전문가 자문위원회도 국제적 인지도와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 활동을 펼쳤다. 이 교수 본인이 20년 이상 IPCC 실무그룹 공동의장, IPCC 부의장 등을 역임하며 역량을 발휘해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것도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고, 서울대를 졸업한 이 교수는 미 럿거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2년부터 고려대 에너지 환경정책기술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부터는 IPCC 제5차 평가단 전체 부의장을 역임했다.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로, 현재 195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의장단과 사무국, 집행위원회로 구성되며 집행위원회에는 3개의 실무그룹과 1개의 태스크포스가 있다. 참고로 의장단은 의장 1명, 부의장 3명 등 총 34명으로 구성된다.
IPCC가 발간하는 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근거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정부 간 협상의 근거자료로도 활용된다.
지난해 발간된 제5차 평가보고서는 각국 정부의 신기후체제(Post-2020) 협상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됐다. 1, 2차 보고서는 각각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 채택에 기여했다.
IPCC는 2007년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교수의 IPCC 의장 진출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한국의 노력이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신기후체제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 기후변화 정책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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