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수 한국남부발전(주) 부산천연가스 발전본부 안전관리자

지난 4월 20일 미국에서 발생한 멕시코만 기름 유출사고가 벌써 넉 달째 계속되면서 환경재앙이 우려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면적에 육박하는 기름띠로 인해 펠리컨, 바다거북 등의 해양생물은 물론 해양생태계 전체가 극심히 위협받고 있는데, 이 모습들을 보면 몇 해 전 온 국민이 태안 앞바다 살리기에 매달렸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최근 경찰에서는 국법질서를 확립하고자 가장 기본이 되는 교통질서 및 기초질서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와 계도 및 단속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물투기, 노상방뇨, 고성방가, 불법 주정차 문제 등 기초질서가 준수되어야할 많은 분야가 사람의 양심에만 의지하다보니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지,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의 제재로 기초질서 확립을 부르짖지만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그릇된 의식으로는 절대 나아질 수 없다고 보며, 이런 점에서 이제는 냉정하게 우리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각 분야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안전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문제점들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인간이 아닌 다른 기준에 보다 더 큰 비중과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 모든 행위의 인과관계를 보면 결과론적으로 행위에 따른 혜택이나 피해의 주체가 종국에는 인간이지만 주변의 상황을 자기 편한대로, 자기 유리한대로 해석하여 또 다른 오류가 범해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안전의 눈으로 인간의 심리를 분석한 좋은 예로서 ‘깨진 유리창의 이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이론은 범죄이론에 기초하나 안전과도 밀접한 상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으로,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공동 발표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1969년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매우 흥미 있는 실험을 했다. 우선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을 고르고, 거기에 보존 상태가 동일한 두 대의 자동차를 보닛을 열어 놓은 채로 1주일간 방치해 두었다. 다만 그 중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놓고, 다른 한 대는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놓아두었다. 약간의 차이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주일 후 두 자동차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1주일간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그 상태로 방치된 지 겨우 10분 만에 배터리와 타이어가 없어진 것은 물론 낙서나 투기, 파괴가 계속 일어나 1주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가 될 정도로 파손되고 말았던 것이다. 단지 유리창을 조금 파손시켜 놓은 것뿐인데 실로 엄청난 차이가 난 것이다.
이 실험은 나중에 세계 유수의 범죄 도시 뉴욕 시의 치안 대책에도 사용되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80년대,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 사건이 일어난 뉴욕시에 미국의 라토가스 대학의 겔링 교수는 이 법칙에 근거해서 뉴욕시의 지하철 흉악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것을 제안했고, 당시 교통국의 데빗 간 국장의 결단아래 무려 6000대에 달하는 차량의 낙서를 지우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후 완료되었는데, 그 결과 그때까지 계속해서 증가하던 흉악범죄 발생률이 완만하게 되었고, 2년 후부터는 중범죄 건수가 차츰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19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한 가운데, 결과적으로는 뉴욕의 지하철 중범죄 사건이 75%나 줄어든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제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거 하나 정도는 적당히 넘어가도 괜찮겠지”라는 적당주의가 만연하고, 가장 기초이자 기본인 ‘질서’가 무너지면 인간의 생명과 삶의 터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봉착한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안전관리의 기본을 무시한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음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이 기초가 된 선진 안전국가로 가는 첫걸음에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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