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반도체 작업장을 둘러싼 직업병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과 특정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인과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것은 유해인자에 노출이 되고 있지만 유해인자 때문에 질병이 발생하는 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발생기전이 복잡한 암이나 발생률이 극히 낮은 희귀질환들은 질환의 특성상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참고로 검증위원회는 SK하이닉스 외부의 의학 전문가 7명으로 구성돼 있다. 검증위원회는 지난 1년간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발암성·독성 물질이 작업자에게 많이 노출되고 있는지와 SK하이닉스 근로자의 직업병 간의 인과관계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 생산직 근로자들은 일부 공정에서 포름알데히드 등 유기화합물과 비소 등 중금속에 노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노출 기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드러났다.
또 검증위원회는 근로자들의 건강검진 자료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생산직’이 ‘사무직’보다 2.4~3.2배 많게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특히, SK하이닉스 근로자들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들에 비해 갑상선암 발생 확률이 남성은 2.6배, 여성은 1.3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다른 질환이나 암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고, 작업환경과의 인과관계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
검증위원회 위원장인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작업환경 조사에서 발병인자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질병과 작업환경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라며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치료와 일상생활 유지에 필요한 포괄적인 지원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모든 질환에 지원 및 보상
SK하이닉스는 이와 같은 검증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했다. 반도체 생산환경과 질병 발생 간의 인과관계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 및 보상에 나서겠다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산업보건검증위원회가 작업환경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생산현장을 대상으로 연구·조사했음에도 반도체 사업장과 직업병 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검증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즉, 포괄적인 지원보상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전·현직 SK하이닉스 임직원 뿐만 아니라 협력사 직원까지 지원·보상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산업보건 지원·보상 시스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겠다”며 “빠른 시간 내에 노사와 사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 지원보상위원회를 구성한 후 관련 질병 지원·보상 절차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더욱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을 위해 산업안전보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라며 “올해도 이천과 청주 사업장을 기준으로 1230억원의 안전보건 관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안전투자를 매년 10%씩 늘려 2017년까지 3년간 총 4070억원의 재원을 안전보건관리와 시설 강화에 투입하고 상시 안전점검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