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재해예방 관리 체계 ‘허술’
농민 재해예방 관리 체계 ‘허술’
  • 임동희 기자
  • 승인 2010.09.15
  • 호수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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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재해 현실과 문제점
1차 산업인 농업. 우리나라 국민들이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반산업임과 동시에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제공했던 산업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모든 업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농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즉 농민들에 대한 재해예방관리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산업안전관리체계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농업재해와 관련된 전문가들의 경우 오히려 이러한 산재예방시스템을 하루빨리 농업근로자들에게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 농업재해의 현실이 어떠하기에 이러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을까. 본지는 농업재해의 현실과 문제점, 그 개선대책 등을 살펴봤다.

 


위험요소 매우 많은데도 안전관리 취약

농업인들은 어느 업종보다 많은 위험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농기계관련 사고에다가 쯔쯔가무시증, 렙토스피라증 등 발열성 질환의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또 작업 시에 낫에 베이는 등의 안전사고와 반복작업의 특성으로 근골격계의 질환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여름에는 열사병과 전염병 등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농업에서는 매월 2,559건의 재해와 21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재해율은 4.6%(2008년 기준)로 일반 산업재해(0.7%)에 비해 6배나 높으며, 이로 인한 재산피해만 해도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국가차원의 농작업 재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재해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위의 경우도 농업인 안전공제에 의한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수치일 뿐이다.

산재 통계에 잡힌 농업의 재해자수는 06년 491명, 07년 452명, 08년 539명, 09년 631명 등이지만 이는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일 뿐, 재해자수는 어느 누구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거의 없어

농작업 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농촌 자체의 안전의식이 전체적으로 크게 낮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을 가지고 있는 농업인들이 많은데다가 이와 관련한 체계적인 안전관리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농업인 4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40%가 농기계 및 농업안전에 대해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답변을 한 바 있다. 농업인들의 사고 중에 농기계 사고와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데 이러한 사고도 대부분 안전의식이 미흡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사고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농약의 관리 역시 매우 허술한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이 5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농약보관함을 보유하고 있는 농업인은 18.9%, 농약에 관련한 안전교육을 받은 농업인은 전체의 64%에 불과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농약포장지의 색상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농업인도 25.9%나 됐다.

안전교육적인 측면이 이러한데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만무하다. 농협 등 일부 단체에서 농번기와 추수철에 간혹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기적인 안전점검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도로 등의 기반시설 및 각종 안전시설물들도 도시에 비해 크게 낙후 되어있으면서 그만큼 사고 가능성도 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농촌의 환경적인 특성과 미흡한 안전관리 체계가 맞물리면서 농업근로자들은 안전에 대해서 만큼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사고 대처 시스템도 매우 미흡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도 큰 문제다. 농업인의 사고 처리 시스템은 사전 대비 시스템보다 더욱 미흡하다.

각종 의료시스템이 낙후되어 있는데다가 거리상 문제로 인해 재해를 당한 농업인들은 즉각적인 치료 및 응급조치를 받기가 힘들다. 이것이 ‘다쳐도 그만’이라는 농업근로자들의 불감증과 맞물리면서 그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고 발생 시 보상적인 측면이다. 농민 중 1%만이 산재보상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도 대부분 기업형 근로자로, 자영농이 대부분인 농촌에서는 크게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농업인재해공제(농업인 안전공제와 농기계종합공제)에도 농민들(320만명 추산) 중 46%만이 가입되어 있는 상태다. 종합해보면 농민들의 절반 이상이 사후 처리와 관련해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렇게 수치로 잡히는 농업인들이 적다보니 전체적인 농업재해의 실태 및 분석이 어렵고, 이에 따라 그 개선안 마련도 매우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제도적으로 다소 개선되는 움직임 보여

현재 강기갑 의원의 ‘농업노동재해 보장 및 보험에 관한 법률 제정안’, 황영철 의원의 ‘농업인재해보장보험법’, 김우남 의원의 ‘농업인재해보상보험법안’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이들 법안들은 농업인들이 재해를 입었을 경우 각종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게 주요 골자다. 그동안 안전에 대해서는 사각지대였던 농업인들의 안전을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크게 의미를 둘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앞으로는 농작업안전에 대해 국회에서도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에 관한 특별법’으로 인해 농업인 안전보건센터의 설치근거가 마련되면서,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인 재해예방 정책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농촌진흥청도 농ㆍ어업 종사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개선시키기 위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제2차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 지역개발 5개년(2010~2014)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농진청은 ‘농작업 안전모델 시범마을 육성’, ‘농작업편이장비 지원사업’, ‘농기계 안전장치 및 농작업 보호장비 개발 사업’ 등으로 농업의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중장기 추진과제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들을 볼 때 농작업안전의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앞으로 다소나마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전의식 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

하지만 제도가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농촌 현실상 정착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관습적인 차원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하는 만큼 지금 당장의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러 의원이 발의한 농업재해 관련 개정안들은 사후 처리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실제적으로 사전대비 측면에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농진청에서 발표한 각종 계획도 장기적 과제라는 점에서 당장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들을 선별하여 공공기관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안전교육과 안전점검 부분이다.

농업인들의 안전의식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데, 이를 위해서 농작업 안전관리 매뉴얼을 보다 많은 농업인들에게 배포해나가고, 지역 단위의 안전교육도 정례화시켜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밖에도 산업안전분야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민간재해예방기관들이 나서서 안전점검 및 사회공헌사업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1사 1촌 돕기 운동’ 등의 활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정기적인 안전점검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조속히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의 김형권 연구사는 “농업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농업인의 의식개선을 위해 시기별로 교육.지도기관의 안전교육 및 홍보활동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이를 뒷받침했다.

농업재해는 선진안전관리시스템이 정착되고, 여기에 농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져야 실질적인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안전기관들이 관련 정책을 꾸준히 개선해나가고, 농민들도 예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안전수칙 등을 철저히 준수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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