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보다 공사자재 적게 사용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전국 터널공사 일부 현장에서 공사자재를 설계보다 적게 시공하거나 공사 기법을 조작하는 수법 등으로 공사비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9월 말까지 7개월 동안 터널이 있는 고속도로·철도 등 전국 64개 주요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터널분야 부패실태 점검’을 실시한 결과 9개 공구에서 공사비 140억여원을 과다 청구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주요 적발 사항은 ▲공사자재(락볼트) 부족 시공 ▲설계상 공법 대신 값싼 공법으로 시공한 뒤 공사비 차액 편취 ▲전자뇌관 수량을 부풀려 공사비 과다 청구 ▲미시공 공사비의 기성금 수령 등이다. 즉, 안전을 위협하는 부실시공 사례가 다수 적발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울산포항고속도로의 한 공구에서는 터널 지보재인 락볼트(갱도를 지지하기 위해 암반 내에 뚫은 구멍에 꽂아 넣어 사용하는 자재)를 시공하면서 설계 및 기성 수량인 7만5000여 개보다 3만1000여 개 부족한 4만4000여 개만 구입하고, 하도급업체에 지급하여 시공하도록 했다.
또 원주강릉철도의 한 공구에서는 대관령터널 등을 굴착하면서 당초 ‘수퍼웨지’ 또는 ‘다단발파 공법’으로 설계된 구간을 ‘전자발파공법’으로 변경·시공하면서 전자뇌관을 40~76% 가량 적게 반입하고도 설계내역대로 반입·사용한 것처럼 처리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이번에 적발된 현장에 대해 공사비 환수와 함께 관련자 처벌 등 후속조치를 위해 수사 및 감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번 점검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상 문제점들을 관계부처와 함께 개선할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권익위는 시중에 유통되거나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여러 종류의 화약과 뇌관을 관리하는 서식을 개선하도록 경찰청에 권고할 방침이다. 아울러 발주기관이 공사현장의 세금계산서를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현행 세금계산서 서식을 일부 개정하도록 국세청에 권고했다.
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건설 비리는 반드시 추방돼야 한다”라며 “제도적인 미비점은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적극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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