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간 초과근무를 하다가 불분명한 이유로 숨진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헌)는 야간근무 도중 숨진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야간근무 도중 갑자기 숨져 부검을 실시했으나 해부학적으로 사망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라며 “업무 외에 사망에 이른 직접적인 내부 또는 외부 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서는 “A씨는 12주간 정상 근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했고, 약 8개월간 주간근무를 하다가 야간근무로 전환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숨졌다”면서 “근무시간과 근무형태 등에 비춰볼 때 A씨는 피로가 누적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야간근무가 주간근무보다 신체에 더 큰 부담을 가져왔을 것”이라며 “A씨는 거의 쉬지 못하고 계속된 업무를 수행하던 상태에서 야간근무로 전환하게 됨으로써 과도한 신체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는 “평소 앓던 질환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던 A씨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이같이 과중한 업무는 뇌전증이나 기타 특정되지 않은 사인을 발병케 했거나 급속히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지난 2014년 5월 충남에 소재한 모 업체에 입사해 자동차부품 조립업무 등을 담당했던 A씨는 2015년 1월까지 주간근무를 서다가 같은 해 2월 야근근무로 전환됐다. A씨는 이후 야간근무를 서던 중 정수기 앞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조사결과 A씨는 숨지기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3시간 근무했고, 2015년 1월 5일부터 2월 13일까지는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8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A씨는 어릴 때부터 앓아온 질환으로 인해 2014년 8월부터 약물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사건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