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해율 감소 아닌 사업주의 산재예방활동 강화를 유인하는 방향으로 제도 변경 필요
건설업 원·하청 산재통계 통합관리 제도, 하도급 비중 높은 업종에 확대 실시해야
인권위는 사내하청근로자의 재해위험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먼저 원·하청 간 협의사항을 확대하고,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에 사내하청 근로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또 적절한 예방·제거 조치 없이 유해·위험작업이 도급되는 일이 없도록 도급 시 인가를 받아야 하는 유해·위험작업의 범위를 확대할 것도 권고했다.
이어 인권위는 사내하청근로자가 산재보험 보상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산재 피해 근로자에 대한 보상을 산재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사업주가 받는 제도적 불이익을 감소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것도 권고했다. 다시 말해 사업주가 제도적 불이익을 우려해 하청근로자의 산재처리를 막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권위는 현행 산재보험요율제 및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도를 재해율의 단순 감소가 아니라 사업주의 산업재해 예방활동 강화를 유인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재해율에 기초하여 보험료율 및 입찰참가자격을 정하는 현행 제도는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성실히 신고하는 사업주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인권위가 이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다.
아울러 인권위는 건설업에만 적용되는 ‘원·하청 산업재해통계 통합관리 제도’를 조선·철강업 등 사내하도급 비중 및 산업재해 위험이 높은 업종에 확대 실시할 것도 권고했다.
현행 제도는 사내하청근로자가 아무리 산재를 많이 당해도 원청업체의 재해율에 반영되지 않아 원청사업주는 원청의 재해율만 관리하면 보험료 감면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산재통계가 통합관리되면 원청사업주가 사내하청근로자의 안전·보건 문제에 보다 높은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된다.
◇하청근로자의 안전은원청에 달려 있어
이번 조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인권위는 하청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청의 역할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작업장 내에서 산업안전보건 활동 및 산재예방 활동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생산과정에서 활용하고 있는 장비나 기계들이 거의 모두 원청업체 소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내하청근로자들이 장비나 기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더라도 사내하청업체에서는 이를 원청에 보고는 할 수 있으나 사실상 직접 개선할 수는 없다. 즉 원청에 하청근로자의 안전이 달려있는 셈이다.
이런 사실은 하청근로자들의 인식에서도 드러났다. 하청근로자들의 산재 및 산업안전에 대한 책임은 원청과 하청 중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조선업 70.6%, 철강업 75.3%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원청업체 책임’이라는 응답이 조선업 22.3%, 철강업 21.8%로 조사됐다. 반면 ‘사내하청업체 책임’이라는 응답은 조선업 7.2%, 철강업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는 원청에서 사내하청근로자들의 산재 및 산업안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권고를 통해 사내하청근로자가 국제인권기준이 명시한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조건을 향유할 권리’를 차별 없이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급사업 사업주는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 뿐 만 아니라 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해 수급인들 및 그 근로자들과 협력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