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부산외국어대 교수

작은 일에 관심을 갖고 정성을 다해야 세상이 변한다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하는 불평들이 많다. 부산시가 핵발전소 앞 바닷물을 담수로 바꿔 시민들에게 식수로 제공하려고 한다. 시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범조로 선정된 부산시 공무원들조차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헌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부산시가 강행을 하겠다, 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핵발전소의 사용을 점차 줄여가면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대안 에너지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하는 시점인데, 오히려 정부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아직도 이웃 후쿠시마의 사고와 핵 오염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데도 여전히 핵 발전 정책은 변함이 없다.
북한에서는 수소폭탄 실험 사태가 터지고, 미국의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니면서 핵전쟁에 대한 위험성이 고조되는데도 정부는 대북 확성기나 틀고 있을 뿐, 별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최저 시급 6,000원에 2평짜리 튜브 같은 곳에서 살아가며 삶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숫자가 미국에서 총기 사고 희생자 숫자보다 더 많다는데도 정부는 이런 국민들의 삶을 적극적으로 보듬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삶, 사람답게 사는 삶에 대해 관심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사회 복지는커녕 사회 안전망이라는 게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있지도 않고 작동하지도 않는 것 같다. 언제 어디서 제2의 세월호 사건이 또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일은 기대조차도 하기 어렵다. 어쩌다 사람 사는 세상이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정부 측의 문제이기만 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부만 비판한다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다. 벼랑에 몰렸는데, 언제까지 움직이지 않는 정부만 비판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슬프지만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한 번 보는 건 어떨까? 황금에 눈이 멀고, 출세에 혀가 굽은 사람들이 즐비한 세상인데도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세상을 바꿔보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이들 있다.
오염된 하천을 되살리고 생태계 복원을 위해 내 손발 부르틈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집도 잃고 가족도 잃은 이 사회의 ‘낙오자들’을 위해 쪽방 쉼터를 세워 내 한 몸 아끼지 않고 불철주야 애쓰는 사람들, 달동네 한 구석에서 살림살이 어려운 집 아이들 공부 도와주고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는 사람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온갖 어려움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남의 땅에 사는 것도 모자라 매 맞는 이주 여성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 노동이 대접 받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꾸며 모진 풍파를 견뎌 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있는 이곳은 분명 좋아질 수 있는 희망이 있는 세상이다.
세상을 만드는 것은 큰 사람들이 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도 그들이 하는 것도 아니다. 작은 사람들이 길을 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가는 길이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큰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 하는 분들도 시민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아야 하지만, 정치와 한 발짝 떨어진 작은 곳에서 작은 일에서부터 한 걸음씩 바꿔 가려는 분들도 시민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아야 한다.
시민 한 개인이건 대통령이건 관계없이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세상이 바뀌는 법이다. 선거나 정권 교체 같은 크고 권력을 갖는 일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지금 여기, 작은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두어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 바다에 빠져 죽은 것도 아니고 그들 말대로 단순한 교통사고라 할 수 있는 그 현장에서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수 백 명의 아이들 목숨을 그렇게나 쉽게 버려버렸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따를 수도 없다. 정치인 아닌 우리들은 또 무엇을 했는가? 우리 모두 너무나 지겨워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생각해서, 나 밥 먹고 사는 일에 관계가 없어서 관심두지 않고, 멀리 하지 않았던가? 정치인이건 주부건, 학생이건 직장인이건 세상을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을 해보자.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가? 지금 여기에서 ‘나’를 바꾸어 세상을 바꾸어 가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부터 해나갈 것인가? 영화〈역린〉을 통해 많은 시민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 《중용》의 그 한 구절을 되새겨 보자.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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