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재해율은 OECD국가 중 최하위로 평가되면서 안전후진국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산업재해율은 선진국에 비해 얼마나 높기에 이러한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본지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재해율 추세와 그 문제점 등을 집중 조명해봤다.
재해율 0.7%대, 산재자는 10만명 돌파 코앞
우리나라는 지난 1999년 55,405명의 재해자가 발생한 이래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으며, 현재에는 9만여명의 산업재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는 05년 85,411명, 06년 89,910명, 07년 90,147명, 08년 95,806명, 09년 97,821명 등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사망자수의 경우는 지난 1999년 2,291명을 시작으로 2004년(2,825명)까지 꾸준히 증가했지만 그 이후로는 05년 2,493명, 06년 2,453명, 07년 2,406명, 08년 2,422명, 09년 2,181명 등으로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형별로 볼 때는 업무상 질병의 경우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 2008년부터 다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사고성재해의 경우 2001년 75,781명을 기록한 이래 꾸준히 7만명선을 유지하다가 최근 3년간(07년 78,675명, 08년 86,072명, 09년 89,100명)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재해율은 지난 1995년 1% 미만으로 처음 진입한 이래 1998년 0.68%의 최저점을 기록했지만, 그 이후로 꾸준히 상승을 지속하다가 현재에는 0.7%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단, 지난 2003년 0.9%를 기록한 이래 04년 0.85%, 05년~06년 0.77%, 07년 0.72%, 08년 0.71%, 09년 0.70% 등으로 다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한편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연간 10조원이상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보상 지급액과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차질액 등을 종합해보면 04년 14조 2996억원, 05년 15조 1289억원, 06년 15조 8188억원, 07년 16조 2114억원, 08년 17조 1094억원 등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소규모 사업장, 서비스업 산재 증가폭 커져
2000년대 들어 재해현황을 분석해보면 큰 특징이 3가지 있다.
먼저 대기업의 재해자수는 매년 감소 추세이나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자수는 매년 증가(05년 59,742명, 06년 66,072명, 07년 68,774명, 08년 75,051명, 09년 77,762명)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재해율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할 때 50인 미만 영세소규모사업장의 재해는 전체재해의 약 79.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산업으로 변화함에 따라 서비스업의 재해비중도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사업장의 59%, 근로자수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산업은 2001년 전체재해의 23%(19,342명)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35%(33,961명)를 차지하면서 전체 업종 중 가장 많은 재해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여성, 고령자, 외국인 근로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의 재해자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3년간 통계를 놓고 볼 때도 여성재해자는 07년 15,447명, 08년 16,935명, 09년 19,466명, 고령재해자는 07년 19,133명, 08년 21,083명, 09년 24,996명, 외국인재해자는 07년 3,967명, 08년 5,221명, 09년 5,231명 등으로 모두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기록됐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 미흡
위에서 나타났듯이 최근 들어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산업재해 원인 및 유형이 다변화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산업안전 분야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일례로 50인 미만 영세소규모사업장, 서비스업종의 안전문제가 최근 크게 불거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은 아직까지도 확실히 정립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산재취약부분에 대해 정부의 정책개발노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법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산업구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산안법의 적용범위, 책임주체, 규제방식 등이 정규직 근로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어 비정규직이나 특수형태근로자 등 취약취업계층에 대한 보호에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예산규모 및 재정지원 중심의 사업수행방식도 분명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산재예방비용은 지난 1999년 39,431원에서 지난해 24,572원으로 0.7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산재대상 사업장 수가 1999년 249,405개소에서 지난해 1,522,607개소로 6.1배 증가한데 비해 예방인력은 1999년 1,055명에서 지난해 1,291명으로 1.2배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질적.양적인 서비스제공 측면에서도 큰 한계점이 노출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각 지역.산업별로 재해자수, 재해유형이 다른 가운데에서도 획일적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에 적합한 산재예방계획 수립 및 사업 추진이 크게 미흡했고, 형벌 과태료 위주의 양형체계도 현실적으로 법준수 강제장치로서의 기능이 미약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 한 층 강화될 듯
앞으로도 2000년대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보화 및 지식기반산업이 발달하면서 제조업, 건설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더욱 크게 변화될 것이며, 이에 서비스산업의 재해도 일정부문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술개발 및 신규화학물질의 증가 등에 따라 새로운 유해위험요인이 증가하면서 신종 직업성질환, 직무상 스트레스 등 새로운 안전보건 문제도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생산가능인구의 평균연령이 전산업에 걸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국책공사는 향후 더욱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시장경쟁 및 금융위기 여파 등을 감안하면 기업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 및 투자를 지금 당장 높이는 것은 냉정히 볼 때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산업안전 분야에서 만큼은 앞으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필요
그렇다면 향후 정부의 정책방향은 어떻게 잡혀져 있을까.
기본적으로 보면 정부도 위와 같은 산업예방정책의 한계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크게 목표로 잡고 있는 것은 산재예방의 패러다임을 양적.공급자 중심에서 질적.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3가지 방안을 중점 추진할 방침에 있다.
먼저 법제도를 개선.보완하여 기술적 접근방식 위주에서 사업자와 근로자의 인식을 전환하는 문화적 관점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자율적인 예방시스템 구축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산재예방사업의 성과가 대기업, 정규직, 특정업종 등에 편중되지 않도록 산재 취약분야에 대한 차별화된 정책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특히 50인 미만 영세소규모 사업장 및 서비스업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늘려, 이들 재해를 대폭 줄여나가겠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잡고 있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 및 공공기관에 의한 하향식 정책전달체계에서 탈피하여 지역별 산업의 현장수요를 반영한 분권화, 다양화된 전달체계를 갖추고, 산업안전에 대한 민간의 참여를 늘려 수요자 중심의 사업수행체계를 구축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정책, 산업현장에 효과적으로 자리잡아야
일단 정부가 정책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재해율 감소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꾀하려는 변화가 영국, 독일, 일본 등 안전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가들의 정책적인 변화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의 경우 저마다 중장기 계획을 세워놓고 위험성평가 등 사업장의 자율적 산재예방활동을 제도화시키는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소규모 사업장 및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한층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정부, 지자체, 민간 공공부문간 네트워크를 통해 효과적인 예방체계를 구축하는데도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안전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정부의 정책들을 산업현장에 효율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한산업안전협회 이재헌 안전기술본부장은 “예전의 보여주기식, 일방통행식 정책 전달로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히 드러난 만큼 정부와 안전유관기관, 산업현장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산재정책을 정착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앞으로 이것이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산업안전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명확히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목표한 계획들이 산업현장에 효율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개선해나가야 하고, 안전유관기관 및 학계, 산업현장의 안전관계자들도 이제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제3자의 입장이 아닌 당사자 입장으로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진안전문화가 우리나라에 하루빨리 형성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우리나라 산업안전수준을 여타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산출방식의 차이로 직접 비교는 어려우나 사망만인율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사망만인율은 1.10을 기록, 일본(0.25), 미국(0.48), 독일(0.17), 영국(0.07), 호주(0.25) 등에 비해 최대 15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지난 2004년 국제통계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재사망률은 세계 1위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아울러 10만명당 사망자수(2006년 기준)도 21.0명으로 영국(0.7명), 노르웨이(1.3명), 스위스 (1.4명), 스웨덴(1.6명), 호주(2.0명), 핀란드(2.2명), 이탈리아(5.0명), 캐나다(5.9명) 등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하위권으로 평가받는 멕시코(10명), 태국(10.1명), 러시아(12.4명) 등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