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으로 정상판단이 결여된 상태에서 사고 발생…인과관계 성립
산업재해를 입어 요양하던 중 13년이 지나 또 다른 질병이 발병해 우울증을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추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은 A씨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 인정을 요구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서 “A씨는 업무상 재해로 인해 하반신 마비 등이 발생했을 때에는 스포츠 활동, 이성 교제 등 정상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후 추가로 발병된 비뇨기과 질환이 치료되지 않은 채 지속되면서 스포츠 활동 등이 어렵게 되자 우울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추가로 발병한 질환이 쉽게 치료가 되지 않으면서 일상생활이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며 “우울감에 빠져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A씨의 사망과 업무상 재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1992년 자동차정비를 하던 중 차량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와 척추 골절 등의 중상을 입었다. 그는 요양승인을 받아 입원·통원 치료를 받던 중 한 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하게 됐고, 이후 전국체전에서 입상하거나 국제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07년에는 한 여성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지난 2005년 비뇨기과 질환이 추가로 발병돼 치료를 받게 됐다. 그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총 362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A씨는 입원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교제하던 여성과 헤어졌고, 소개를 받은 또 다른 여성과의 결혼도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동호회 활동에 참석하지 못하는 날도 많아졌다.
이후 A씨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등 우울증을 앓다가 지난 2012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A씨는 우울증 등을 치료 받지 않다가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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