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도 높고 사회경제적 지위 낮은 직업군에 대한 특별대책 필요”

단순노무직과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사망률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육체적 스트레스 및 과로 등이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정확한 연구자료는 많지 않았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혜은 교수팀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고용보험 가입자 1143만 5937명을 대상으로 13년간(1995~2008년) 직군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연구는 9개 그룹으로 나눠 직군별 ‘연령표준화 사망률(연령구조가 표준화된 인구 10만명당 연간 사망자 수)’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높다는 것은 기대수명을 못 채우고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 결과, 인구 10만명당 연간 사망률은 농·어업 숙련 근로자가 남성 563명, 여성 206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뒤로는 단순노무직 근로자, 장치·기계 조작원·조립원, 기능원·기능근로자, 서비스 및 상점·시장 판매 근로자, 기술공 및 준전문가, 입법자·고위임직원·관리자, 사무직원, 전문가 등의 순으로 사망률이 높았다.
특히 남성의 경우 농·어업 숙련 근로자 직업군의 사망자 수는 과학자 및 변호사 등 전문가군의 2.7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노무직과 전문직 간 사망률 차이도 2.4배에 달했다.
이같은 결과는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농·어업 및 단순노무직 근로자의 경우 그만큼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직업군에 따라 사망률 차이를 보인 것은 각종 사고를 포함한 손상, 중독 등의 사망이 육체노동자들에게서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예로 각종 사고손상 및 중독으로 사망한 근로자수(10만명당)를 보면 단순노무직이 전문가에 비해 남성이 96.9명, 여성이 21.6명 더 많았다.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 사망률 역시 단순노무직이 전문가보다 남성이 5.31배, 여성이 12.11배나 더 높았다.
연구팀은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을 감안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대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다.
이혜은 교수는 “우리나라의 직업군별 사망률에 큰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위험도가 높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직업군에 대한 특별한 안전보건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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