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근로자가 아닌 출장자로 판단
해외 건설현장에서 폭발 사고로 숨진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해외 출장자로서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조한창)는 A씨의 유족과 A씨와 함께 근무하다 사고를 당한 B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지난 2014년 C회사에 입사해 각각 전기실 팀장 및 차장으로 근무했다. C회사는 같은해 11월 다른 회사로부터 필리핀 전기컨트롤 제작 및 설치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전기컨트롤 판넬 설치 및 시운전을 위해 지난해 3월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필리핀에서 전기컨트롤 판넬 설치작업을 하던 A씨와 B씨는 메인 판넬이 폭발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인해 A씨는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3월 숨졌고, B씨는 얼굴과 배, 다리 등에 극심한 화상을 입게 됐다.
이에 A씨의 유족과 B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요양급여를 각각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7월 ‘A씨와 B씨는 해외 파견자에 해당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참고로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해외 파견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해외에서 근무한 근로자가 사실상 국내 사업장에 소속된 형태로 국내 작업과 동일한 근로를 제공했을 경우 산재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을 대한민국 밖의 사업에 파견된 해외파견자로 보기는 어렵다”며 “국내 사업에 소속된 채 국내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해외로 출장해 업무를 수행하는 해외 출장자로 봐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서는 “근무 실태에 비춰 근로 장소가 국외에 있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 사업에 소속해 사용자의 지휘에 따라 근무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국내 사업장에 관해 성립된 산업재해보상보험 관계가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 등은 당시 출장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채용된 것이 아니라 회사가 설립된 지난 2014년 1월부터 근무했다”며 “해외 출장 당시 A씨 등은 회사에게 현지 공사 상황 등을 보고하고 관련 업무 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사전에 해외 출장비를 받았으며 회사에서 직접 인사관리를 하고 매달 월급을 지급한 점 등에 비춰 A씨 등을 해외 파견자가 아닌 해외 출장자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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