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인가 대상 화학물질 확대 필요
최근 산업안전보건계의 쟁점 사항 가운데 하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다. 대기업 사업장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는 주원인으로 대기업이 사내 유해·위험작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분리·도급함으로써 산재위험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문제가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위험의 외주화 현상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령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의 핵심은 도급사업의 사업주가 해당 도급사업의 사업장에서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해 재해예방 조치를 해야 하는 범위를 해당 도급사업의 전체 작업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최근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위한 유해작업 도급관리의 개선 필요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고, 상대적으로 근속기간이 짧아 원청업체 근로자들보다 작업 중 사고를 당할 위험이 더 크다. 또한 동일한 사업장 내에서도 원청업체와 사내 협력업체가 개별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해 있는 등 이원화된 구조로 관리가 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서는 ▲유해·위험작업 도급 인가의 유효기간 설정 ▲도급 사업주의 근로자에 대한 산재예방 조치 작업장 범위 확대 ▲수은 등 철거 및 해체 작업 도급인가 제한에 관련된 규정 명확화 ▲화학물질 사고예방을 위한 도급인가 대상의 확대 등을 골자로 산업안전보건법령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보고서는 유해·위험한 작업의 도급이 무분별하게 확대되거나 그 과정에서 수급인의 근로자가 재해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유해·위험작업 도급 인가를 받은 사항 중 주요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변경인가를 받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급 인가 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는 매회 안전보건평가를 거쳐 3년의 범위에서 인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는 도급사업 사업주로 하여금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작업을 하는 해당 사업장의 모든 장소에 대해 재해예방조치를 하도록 하는 등 안전보건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에 광주의 전구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수은 중독 사고와 같은 유사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에 화학물질 등을 제조·사용·운반 또는 저장하는 설비를 개조하는 작업 이외에 ‘철거·해체’하는 작업도 구체적으로 명시해 해당 작업 근로자가 재해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화학물질 취급작업에 대한 사내도급 인가대상의 범위를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과 사업장 규모 등을 고려해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서 ‘PSM 적용대상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작업 또는 공정’을 인가대상 범위로 설정하면 적용대상 화학물질이 명확해지고, 기존의 산안법 체계와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권섭 화학물질독성연구실 화학물질연구센터 부장은 “산업안전보건 관리의 사각지대를 야기하고 있는 유해·위험작업의 외주화 현상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개선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라며 “법 위반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벌하고,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인가 관리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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